[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한나라당이 6·2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중앙당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놓고 친이명박(친이)계와 친박근혜(친박)계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시작부터 파열음을 내고있는 것.중앙당 공심위는 전국적인 공천 심사의 기준을 마련하고, 경선이 치러지지 않는 지역의 전략공천을 심사하는 역할을 맡는다.당 지도부는 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당 사무처가 마련한 공심위 안을 의결키로 했지만, 계파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공심위 구성을 또 연기했다.당 사무처는 지난 주 친이 6명과 친박 3명, 중립 3명, 외부인사 3명 등 모두 15명으로 공심위 명단을 만들었다. 친이 측에서는 정병국·배은희·차명진·안효대·장제원 의원과 김호연 천안을 당협위원장이 포함됐다. 친박으로는 구상찬·주성영·안홍준 의원, 중립으로 남경필·조윤선·김광림 의원이, 외부인사는 진영재 연세대·안인혜 고려대 교수, 이연주 청년유권자연맹 대표 등이 올랐다.당초 당 지도부는 이 안을 지난 주 최고위원회의에서 확정지으려고 했지만 친박계가 계파 인원 배정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제동을 걸면서 공심위 구성이 연기됐다. 친박계는 당연직인 안홍준 의원 대신 조직력이 뛰어난 이성헌 의원을 공심위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친박계의 이 같은 요구는 이른바 '공천 대학살'에 대한 악몽에서 출발한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이방호 사무총장을 비롯한 친이계의 공심위 장악으로 친박계 의원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는 뼈아픈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친박계 한 의원은 8일 아시아경제와 전화통화에서 "계파 안배라면 (계파의) 의견을 존중해야지 (친이계)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은 독선에 불과하다"며 "지난 총선과 재보궐 선거에서 나타난 엄중한 국민심판을 잊고 또 다시 공천 대신 '사천(私薦)'을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반발했다. 그러나 친이계도 이번 공심위 구성에서 밀릴 경우 향후 세종시 문제나 전당대회 등에서 친박계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는 만큼 물러서질 않겠다는 태세다. 정병국 사무총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나름대로 고심한 안인데 특정인(이성헌 의원)을 놓고 부결되면 전적으로 다시 짤 수 밖에 없다"며 친박계 요구를 일축한 바 있다.당 지도부는 오는 10일 최고위원회의를 다시 열고 공심위원 명단을 확정 짓는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공심위가 향후 정국 주도권의 열쇠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어떤 결론이 나와도 극심한 계파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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