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수 톤코리아 사장=오디오전문가로 15년전 국내 하이엔드 진공관 업체인 비지니스코리아로 창업, 지난해부터 톤코리아로 사명을 바꾸고 해외수출을 준비중이다. 진공관앰프의 디자인과 구동력에 혁신을 가져온 베스트 셀러 판테온 시리즈의 제작자다.
필자가 진공관앰프 개발을 시작한지도 벌써 1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 기간 동안 변함없는 일과가 있다면, 일주일의 3∼4일간 갖게 되는 지방 오디오파일들과의 만남인데 어쩌다 보니 한 달의 절반가량을 집밖에서 보내는 유랑객이 돼버린 것이다. 보통의 출장사유는 필자회사에서 개발한 앰프의 사용자분들을 만나거나 음악 동호회 모임에 초청을 받아 오디오강좌를 하기도 하고 때론 하이엔드 마니아분들의 시스템구성 상담을 해드리는데 이렇게 인연을 맺어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오디오파일이 전국적으로 500여분정도로 이제는 매월초가 되면 주단위로 어디를 가서 어떤 분을 뵐 지 계획을 잡는 일이 일상이 돼버렸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분들이 사용하는 시스템의 음악소리는 항상 필자의 귀와 가슴속에 새겨 두는데 재미있는 사실이 중간에 기기가 바뀌어도 그 유저분의 시스템에서 연주하는 특유의 음악적 뉘앙스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진공관앰프로 구성한 하이파이 시스템
오디오파일이라면 한번쯤 오디오시스템이 주인을 닮는다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우직하면서 듬직한 성격의 유저분이 선호하는 시스템의 소리결, 샤프하면서도 섬세한 성격의 유저분이 구성하는 시스템의 소리결 등 오디오시스템은 그 시스템을 운영하는 주인장의 성향과 성격을 닮아 있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동일한 구성의 시스템을 구성하는 두 유저라 하더라도 그 시스템이 연주하는 음악은 결코 동일하지 않다. 물론 청음환경, 예를 들면 전류상태, 청음공간, 기기의 배치 등 물리적 요소가 그 차이를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성격과 성향에 따라 즐기는 음악장르의 차이, 또는 선호하는 음색에 따라 유저가 추구하는 음악성의 차이 등이 그 시스템만의 유니크한 개성있는 음색을 만들어내는 근본 원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필자는 오랜만에 방문하는 유저분의 집 시스템을 들어보곤 유저분의 근황을 점치곤 한다. 변화가 없다면 그동안 집안 내외로 큰 변화 없이 무탈하시구나 하는 안도의 숨을 속으로 내시고, 혹 큰 변화가 있다면 주위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조심스럽게 접근을 하게 되는데 보통은 후자쪽의 경우라면 대부분 좋은 일이든 걱정스러운 일이든 유저분의 심경에 변화가 있었다. 물론 주관적 해석이긴 하지만 이렇듯 오디오는 사용하는 유저의 기분과 감성이 녹아들어 음악을 들려주니 무생물이지만 간혹 살아있는 때론 진화하는 하나의 객체라는 생각으로 접하게 된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경기불황은 오디오파일의 마음도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정기점검을 위해 찾아뵙는 유저분의 시스템 소리들이 다소 어둡게 느껴진다.
톤코리아 판테온MK3 진공관앰프
최근에 필자회사는 푸쉬풀앰프의 진공관의 미세한 전압차로 발생 할 수 있는 험이나 동시구동시점에서 나타 날 수 있는 클리핑현상을 제어하기 위해 'Auto Bios 전류조절장치'를 개발해 판테온 MK3모델 사용자분들의 경우 요청이 있으면 직접 방문해 업그레이드를 해드리고 있다. 보통 방문을 하면 음악 틀어놓고 한 두 시간여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사는 얘기를 하다보면 그분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 알게 되는데 그럴 때면 담소 이후 갖는 시스템 점검 때 그런 유저분의 기분을 전환시켜 드릴 수 있는 팁(Tip)을 시행한다. 피로할 때는 정위감이 확연하게 들어나는 음악 뉘앙스보단 다소 풀어지더라도 풍성해 편안함을 주는 음악이 끌리고, 컨디션이 좋을 때는 소편성의 관현악보단 활기찬 대편성의 음악이 당기듯이 무언가 삶에 활력이 필요하신 분한테는 진공관앰프의 고정바이어스를 권장치보다 약간 높여 음장에 힘을 좀 더 실어 기존보다 활기찬 음악을 즐기실 수 있게 주인장 모르게 조정을 해놓기도 하고 큰 변화 없이 안정적인 생활을 즐기시는 분한테는 권장출력 범위 중 평균값에 맞춰 좀 더 풍성하고 여유로운 음악을 통해 행복감을 즐길 수 있게 해드린다. 제작자가 고마우신 사용자분께 해드릴 수 있는 특별 서비스라고나 할까."밤에 불을 끄고 따뜻한 진공관의 음색에 어울린 오디오시스템에서 다소 차갑지만 자유분방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엘렌 그리모(Helene Grimaud)의 피아노연주곡이나 유연하면서도 부드러운 감성을 첼로에 담아 연주하는 무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Mstislav Rostropovich)의 연주반을 듣고 있노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답니다" 얼마 전 찾아뵙던 모회원님댁의 사모님이 해주신 말씀이다. "확실히 TR앰프에서 느낄 수 없는 음악적 감성이 느껴집니다. 사장님 덕분에 좋은 음악 즐길 수 있게 돼 정말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요즘은 와이프보다 이 녀석이 더 제 마음을 잘 헤아려 주는 것 같습니다." 자주 찾아뵙지는 못하지만 지방회원님들에게 과분할 정도의 감사 말씀을 들을 때면 필자도 사람이기에 더 힘이 난다. 덕분에 일년에 10만KM를 넘게 나의 발이자 보디가드역할을 해주는 애마에겐 미안하지만 오디오에 감성을 실어 좋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즐기는 작업을 위해 오늘도 나는 차에 몸을 싣는다. 정진수 톤코리아 사장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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