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선영 기자]금융위기에서 회복으로 상처를 치유했던 지난 1년간 수많은 루머가 외환시장을 뒤흔들었다. 연초 3월위기설부터 12월초 김정일 사망설에 이르기까지 환율은 각종 루머가 돌때마다 외환시장 분위기는 술렁였다. 유독 북한 관련 루머도 많았고 M&A가 잦았던 만큼 관련 소문도 무성했다. 금융시장 참가자들도 한해동안 루머에 빠르게 대처하면서 환율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정운갑 부산은행 부부장은 "작년말부터 올해초의 글로벌한 큰 위기와 변동성 뒤에 잔물결효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 측면이 있어 다들 루머에 민감했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금융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시장참가자들도 점차 안정을 되찾으며 루머에 휘둘리는 양상도 조금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B>①3월 위기설</B>1월~2월. 3월에 또한번 외화유동성 위기가 올 수 있다는 루머로 외환시장은 연초부터 몸살을 앓았다. 원달러 환율은 당국 종가 관리로 마친 1259.5원에서 1월부터 차츰 레벨을 높여 두달동안 1320원대에서 1550원대까지 무려 200원 넘게 올랐다. 시장참가자들은 지속적으로 달러 매수에 나서면서 지난해의 악몽이 되풀이될 가능성에 대비했다. 이에 당국은 3월위기설 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루머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2월 26일 외화유동성 관련 브리핑을 열고 "지금 우리나라에서 외화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며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다 해도 현재의 외환보유고와 통화스와프 규모를 합치면 충분히 대응할 만한 여력이 있다"고 밝혔을 정도. <B>②제너럴모터스(GM) 파산설</B>3월 제너럴모터스(GM) 파산 공포는 외환시장 뿐 아니라 금융권 전반을 긴장시켰던 루머였다. 특히 지난 3월30일 외신이 미국 정부가 경영난에 처한 주요 자동차업체인 GM과 크라이슬러에 대해 추가 금융지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하루만에 45원이 급등해 1400원선에 육박했다. 이후 국내외환시장에서는 GM대우가 5월,6월 만기 선물환 5억달러를 석달 연장하면서 불안감이 가중됐다. 그러나 8월,9월에 돌아온 만기 선물환을 모두 결제하면서 GM파산설은 점점 사라졌다. 특히 GM대우의 선물환 계약의 환율 기준은 950원으로 만기시 환율 차이만큼 GM대우가 손실을 안게 되는 구조였던 만큼 3분기 말 1180원대 환율수준이 2분기 말 1280원대보다 떨어지면서 손실 폭이 축소되기도 했다. 이후 GM은 파산법원 주도에 따라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파산보호 신청 한달여만에 파산보호를 졸업하고 '뉴GM'을 출범시켰다.<B>③OB맥주 M&A자금 유입설</B>6월 외환시장에서 화두가 됐던 것은 이베이의 지마켓 인수자금, OB맥주 인수자금 유입 등 M&A자금 유입설이었다. 특히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과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AEP)는 파트너십을 통해 오비맥주의 인수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면서 관련 자금 유입설이 시장을 뒤흔들었다. 외환시장에서는 4월부터 이미 KKR의 OB맥주 인수와 관련해 18억달러 규모의 딜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6월부터 꾸준히 장중 루머가 돌때마다 달러 매도 재료로 인식되다가 반대로 달러 매수 재료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등 분석도 분분했다. 그러나 이 딜은 달러로 결제되면서 달러가 원화로 환전되지는 않았다. 반대로 국내 조달한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과정에서 달러 매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알려지긴 했으나 환시 재료로서 차츰 빛을 잃었다. <B>④외은지점 외화유동성 규제설</B>10월. 8일 당국이 은행권 공기업에 대한 단기 외화차입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외은지점에 대한 외화차입도 규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시장참가자들은 달러 확보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10월중순부터 외은지점 외화차입 규제설이 본격화되자 환율은 1170원대에서 10월말 1190원대까지 차츰 상승했다. 역외 숏커버가 가세하면서 환율은 상승곡선을 그렸다. 외환당국은 외은지점에 대해 규제하기도 어렵고 관련 내용을 검토한 바도 없다면서 초기진화에 나섰지만 당국자들의 관련 내용이 조금씩 다르게 언급될 때마다 시장은 달러매수심리가 움찔하며 부각됐다. <B>⑤파산 헤지펀드, 아시아쿼런시 정리설</B>10월22일. 미국계 헤지펀드인 갤리온 그룹이 내부자거래 혐의를 받으면서 산하 헤지펀드를 모두 청산한다는 소식에 외환시장은 주말을 앞두고 술렁였다. 외환시장에서 헤지펀드가 보유한 아시아쿼런시를 모두 정리한다는 루머가 돌았기 때문. 마침 10월말 역외가 1150원선부터 대거 숏커버에 나서면서 환율이 급등하던 차에 이같은 루머가 퍼지자 환율은 1200원대에 육박했다. 22일 장마감후 런던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 NDF환율은 1203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B>⑥북한 경비정 추가 남하설</B>11월11일. 루머는 서해교전이 발생한지 하루만에 떠돌았다. 전일 북한 경비정이 대청도 인근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침범해 우리 해군과 교전을 벌이면서 환율이 한때 1161.3원까지 고점을 높이기도 했던 터였다. 다음날 오전 시장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북한경비정이 추가로 남하해 교전중이라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이날 소식으로 시장이 또 다시 불안한 분위기를 보이자 합참은 북한 경비정 남하설과 관련해 "현재 파도높이가 3m정도며 북경비정 추가 남하는 사실무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B>⑦12월 김정일 췌장암설 이어 사망설지난 12월1일.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뒤숭숭해졌다. 그동안 1150원대에서 바닥을 다지던 환율이 순식간에 1164.0원까지 급등했다. 이유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는 소식 때문. '확인, 총격 사망설'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어 시장 분위기는 술렁였다. 증시는 급격히 추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급등세를 탔다. 불과 몇 분 사이에 루머로 판명나면서 환율은 이내 1150원대로 돌아왔다. 김정일 사망설 쇼크는 일단락됐지만 11월말부터 꾸준히 이어진 당국의 1150원선 스무딩오퍼레이션 의지로 레인지장이 지속된 데 대한 시장의 지루함이 만들어낸 에피소드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관련 루머는 지난 7월에도 '췌장암설'이 나도는 등 올해 외환시장참가자들의 메신저에 오르내렸다. 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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