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많은데 수입은 적어 … 지하철 9호선의 고민

[중앙일보 강갑생] “출퇴근 시간대에 급행열차를 이용하기 위한 승객 집중 현상으로 일부 역에서 많은 혼잡이 발생하고 있습니다.”최근 서울지하철9호선(주)의 홈페이지에 뜬 안내문이다. 염창·가양·여의도·고속터미널 등 급행열차가 정차하는 역의 혼잡이 심각한 데 대한 설명과 향후 계획을 밝히는 내용이다. 7월 말 개통한 지하철 9호선은 안내문을 게재할 만큼 승객이 많다. 김포공항에서 강남까지 한강 이남을 가로지르는 ‘황금 노선’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와 9호선(주)은 개통 초기 5년 동안 실제 수요(수입)가 예상치의 90%에 미치지 못하면 그 차액을 메워주기로 협약했다. 최소 운영수입 보장을 약속한 것이다. 그다음 5년은 80%, 그다음 5년은 70%까지 차액을 메워줘야 한다. 평일 승객이 예상치의 95%를 넘는 지금의 수요라면 서울시가 민자사업자에게 차액을 지원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수요는 많은데 수입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수입이 협약상 예상 수입(하루 평균 2억1400여만원)의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수요가 가장 많았던 11월의 하루 평균 수입은 1억500만원으로 협약 대비 48.8%에 불과했다. 이대로라면 서울시는 9호선(주)에 올해의 최소 운영수입 보장 명목으로 138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에 절반인 69억원을 편성해 놓았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요금 때문이다. 서울시 신용목 교통정책담당관은 “서울시와 9호선(주) 사이에 협약을 맺을 당시 예상 수입은 요금을 1300원으로 감안한 수치”라며 “다른 지하철과의 환승 할인과 노인 등의 무임 승차 역시 안 되는 조건이었다”고 말했다.그러나 서울시는 개통을 앞두고 9호선(주)과의 요금 인하 협상이 난항을 겪자 기존 지하철과 같은 요금인 900원으로 개통을 추진했다. 다른 지하철과의 환승 할인과 무임 승차 역시 허용했다. 이 때문에 승객은 많은데 돈은 적게 들어오는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서울시는 무임 승차에 따른 손실금 17억원도 9호선(주)에 줘야만 한다. 이 때문에 9호선 요금을 인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김연규 철도교통연구실장은 “해당 노선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 시민의 세금으로 적자를 메워주는 상황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어느 정도 요금 인상을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신 담당관은 “민자사업자와 개통 1년 뒤에 요금 문제를 재논의키로 했다”며 “내년 6월께 요금 인상 여부를 놓고 협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갑생 기자<kkskk@joongang.co.kr>▶기자 블로그 //blog.joins.com/center/repor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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