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두바이 국영개발기업 두바이월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가운데, 두바이 정부가 ‘두바이월드 채권은 국채가 아니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정부가 두바이월드에 대한 채무 보증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두바이 정부와 채권시장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압둘라만 알-살레 두바이 재무부 장관은 30일(현지시간) 두바이 TV와의 인터뷰에서 “두바이정부는 두바이월드의 채무를 보증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보증이 있을 것이라고 베팅한 투자자들이 잘못 생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바이월드는 두바이 3대 국영개발기업 가운데 하나로 두바이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정부가 나서 채무보증을 해줄 것이라는 채권자들의 기대가 깨진 것이다. 600억 달러의 채무를 지고 있는 두바이월드는 지난 25일 채권자들에게 채무 지불 유예를 요청하며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바 있다. 투자자들이 두바이월드와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이들을 비판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정부는 오히려 “투자자들은 그들의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훈수를 뒀다. 살레 장관은 “채권자들은 두바이월드가 두바이 정부의 일부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투자자들은 기업과 정부를 구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두바이월드 채권자들은 단기적으로는 악영향을 받겠지만 정부가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장기적으로는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살레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두바이 정부가 두바이월드를 포함한 기업들 간의 거리두기에 나섰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실상 두바이를 보고 투자를 결정했던 채권자들은 허탈해 하는 분위기다. 두바이 정부와 기업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면서 정부의 채권 차환발행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날 UAE중앙은행 두바이 지원 발표로 잠시 좁혀졌던 두바이 5년만기 채권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살레 장관의 발언에 다시 588bp까지 올랐다. RBC 캐피탈 마켓츠는 이날 투자자들을 위한 메모에서 “두바이월드 채권자들은 디폴트 경우 정부로부터 어떠한 법적 보호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제 우리는 두바이 기업들 각각의 장점과 현금 흐름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두바이월드의 자회사인 나킬 등과 같은 기업과 연관을 맺고 있는 건전한 기업들이 연쇄 타격을 받지 않을까를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두바이월드는 이 업체의 전체 채무 600억 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260억 달러의 채무를 재조정하기 위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60억 달러는 두바이월드의 자회사 나킬과 관련된 것이라고 두바이월드는 덧붙였다. 성명에서 두바이월드는 “두바이월드 자회사인 나킬과 리미트리스 월드에 대한 채무 재조정을 계획 중”이라며 “이피니티 월드 홀딩스 등과 같은 다른 자회사들은 이번 계획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구조조정 과정은 모든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서 공정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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