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똑같은 사안 두고 두 재판부 '정 반대' 결론관심은 결국 상급심 판단으로…</strong>[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법원이 장외파생상품(ELS) 거래 업체를 임의로 바꿔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친 펀드 운용사와 수탁사에 100% 배상 책임을 지우는 판결을 내놓자 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몇 달 전 유형이 완전히 같은 소송에서 정 반대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문제의 핵심은 운용사가 투자자에게 제시했던 투자설명서 내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운용사 등에 책임이 있다고 본 재판부는 '최초 투자설명서에서 특정 업체의 상품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므로 이를 지켜야 한다'는 논리로, 다른 재판부는 '투자설명서에 거래 상대를 임의 변경하지 않겠다는 내용은 없다'는 논리로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같은 사안을 두고 재판부 두 곳이 정 반대 결론을 내놓자 앞으로 나올 상급심 판단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2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임범석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A씨 등 214명이 펀드 운용사인 우리자산운용(우리자산)과 수탁사인 하나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들에 손해액 61억원을 전액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A씨 등은 지난 2007년 6월 우리자산의 주가연계펀드 '우리투스타파생상품KW-8호'에 투자를 했는데, 당시 우리자산은 투자 설명서에 해외 금융사인 BNP파리바가 발행하는 장외파생상품에 투자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우리자산은 당초 설명과 달리 거래처를 미국 리먼브러더스로 임의 변경했고, 이 회사가 파산을 하면서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모두 날렸다.문제는 투자 직전 우리자산이 제시했던 투자설명서다. 우리자산은 설명서에 '해외 금융사인 BNP파리바에 투자할 것'이라는 내용을 명기한 뒤 수탁사인 하나은행 확인을 받아 판매사에 제공했다.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운용사가 당초 투자 설명서에 명시된 장외파생상품 거래 대상을 일방적으로 바꾸는 바람에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투자자와 사이에 성립된 약정을 위반한 것"이라면서 "운용사 및 감독 의무를 다하지 못한 수탁사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같은 소송 재판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정호건 부장판사)는 전혀 다른 입장을 보였다. 이 재판부는 지난 5월28일 B씨 등 투자자 52명이 마찬가지로 우리자산과 하나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운용사 등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쟁점은 역시 투자설명서 내용이었는데, 당시 재판부는 설명서에 거래 상대 임의 변경을 제한하는 내용이 없었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재판부는 "최초 투자설명서에 거래 상대가 기재되고, 거래 상대인 BNP파리바의 당시 신용 등급이 높다는 점이 강조돼있긴 하지만 거래 상대를 임의 변경하지 못한다는 제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이어 "높은 투자수익을 위해서라면 운용사가 일정한 제한 아래 거래 상대를 임의 변경할 재량이 있다고 보인다"면서 "특별한 '제한 규정'이 없으므로 가입 당시 투자자들과 운용사 사이에 거래 상대를 임의 변경하지 않는다는 합의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변경 재량'을 바탕으로 더 큰 수익을 내기 위해 거래 상대를 바꿨던 만큼, 해당 업체의 갑작스런 파산에 따른 책임까지 물을 순 없다는 얘기다.이와 관련, 법원 관계자는 "엇갈린 판단이 나온 건 각 재판부의 견해가 달랐다고 보는 수밖에 없다"면서 "항소심 판단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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