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망]삼세판

미 금융주 등에서 불안한 분위기 확산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삼세판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한국인의 정서에는 삼(三)이라는 숫자가 상당히 중요하다. 흔히 내기를 하거나 아이들이 가위바위보를 할 때도 삼세판이 기본이며, 한번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두번의 기회를 더 주는 것이 한국인의 인정이다. 미국의 다우 지수가 1만선 회복에 또다시 실패했다. 다우지수는 소폭 오름세를 보였지만 나스닥 지수는 1% 이상 하락하면서 투자심리를 꽁꽁 얼려놨다. 다우지수가 1만선을 밑돈 것이 벌써 사흘 연속이다. 1만선 회복에 3번째 실패를 했으니 봐줄 필요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시장의 불안한 조짐이 확대되고 있음은 인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가장 불안한 점은 미 금융주의 약세다. 월가의 유명 애널리스트인 리차드 보브의 혹평으로 금융주가 휘청거리나 싶더니, 이제는 오바마 행정부까지 금융규제 강화를 들고 나섰다. 지난 26일 오바마 행정부와 의회가 대마불사(too big to fail)를 제한하기 위한 금융법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역시 여기에 힘을 싣는 발언을 잇따라 하고 있다.지난 새벽에도 "우리는 소비자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보다 강력한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흔들리는 금융주가 더욱 불안한 이유는 금융주의 막대한 영향력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MSCI 미국지수를 기준으로 등락률을 조사한 결과 지난 3월 이후 미국증시가 금융업종을 중심으로 상승해왔고, 지난해 금융위기 원인을 금융주가 제공했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금융주의 약세는 미국 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개연성이 있다.
여기에 주택구입 세제혜택의 종료 우려까지 확산되고 있으니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될 만 한 상황이다. 미 정부가 단계적인 축소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서면서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지만, 강한 상승 모멘텀이 필요한 시기에서 이같은 '변형된 출구전략'이 지속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다면 시장은 기대보다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다. 국내증시 내부적으로도 안심하기는 쉽지 않다. 60일 이동평균선의 지지력은 확인했지만, 20일선 안착이 쉽지만은 않다. 전날 장중에도 수차례 20일선을 밑돌면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기도 했다. 외국인이 현물 시장에서 순매수세를 지속하고 있기는 하지만, 선물 시장에서 대규모 매수와 매도를 반복, 외국인 사이에서도 상당한 시각차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기관 역시 최근에는 매도 압력이 크게 줄긴 했지만, 그렇다고 매수 강도가 높아지는 것이 아닌 만큼 짙은 관망심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좋았지만 4분기 이익 모멘텀 약화에 대한 우려도 부담이다. 물론 3분기 실적이 좋았고, GDP 성장률 역시 깜짝 반등하면서 기업실적이나 경제지표가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지만, 4분기 이후의 모멘텀 둔화 혹은 기대감 약화에 따른 지지부진한 흐름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축소하고 규제안을 강화하면서 출구전략이 가시화되고 있고,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는 점점 짙어지고 있다. 기업이익이 살아나고 경기가 회복된다는 큰 맥락에서 본다면 추세에는 변함이 없겠지만, 모멘텀 부재, 투자심리 약화 등으로 인해 지루한 장세가 길어질 가능성도 낮지 않은 상황이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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