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실적 및 호주 출구전략은 경기회복 의미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고, 내리막길이 있으면 오르막길도 있는 법이다. 전날 코스피 지수가 1600선을 무너뜨렸다. 1600선 아래로 내려앉은 것은 지난 9월4일 이후 한달만이며, 종가 기준으로는 8월31일 이후 처음이다.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난 것처럼 주식시장의 하락세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모습이지만, 전날 주식시장에서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 감지됐다.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그랬고, 수급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날 주식시장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삼성전자다. 삼성전자가 예고한 3분기 실적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62.5% 증가한 4.1조원을 예상했고, 매출액은 10.9% 늘어난 36.0조원으로 추정했다. 지난 2분기에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보이며 시장의 랠리를 주도했던 삼성전자인데, 3분기에는 2분기에 비해서도 더욱 개선된 실적을 전망하는 것이다. 특히 이익의 변동성도 크게 줄어들고 있고, 사업부별 이익 기여도도 다변화되는 등 이익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주가 반응은 영 시원찮았다. 이유는 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감이다. 그러나 4분기 실적이 둔화되는 것은 계절성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4분기는 연말 재고조정 및 마케팅 비용 증가로 실적이 둔화되는 경향이 있는 것일 뿐 회사의 펀더멘털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각 증권가에서 2010년도 실적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볼 수 있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여타 제조업체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와 LCD, 핸드셋, TV 등 다양한 사업군을 영위하고 있어 하이닉스, LG전자, 삼성SDI를 비롯한 대형 IT주 외에도 IT관련부품, 소재, 장비 등 여타 제조업체의 실적을 가늠해볼 수 있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고 있다는 것은 여타 제조업체의 실적 역시 양호한 수준일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오후 들어 시장을 급격하게 하락시킨 호주의 금리인상 역시 그리 나쁘게만 볼 요인은 아니다. 실제로 금리인상을 발표하며 출구전략에 발을 들여놓은 호주의 경우 전날 주가가 상승세로 장을 마감했고, 일부 아시아 증시 역시 상승세를 보였다. 국내증시만 유독 출구전략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출구전략을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은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최근 들어 국내 및 미국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겪은 가장 큰 이유는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감이다. 일부 경제지표에서 경기가 둔화되는 조짐이 나타나면서 경기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감이 가시화된 것이 조정의 원인이었지만, 글로벌 주요 국가 중에서 출구전략에 나서는 국가가 등장한다는 것은 우려와는 달리 경기가 견조하게 회복되고 있다는 방증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호주와 우리나라는 G20 국가 중에서도 경기회복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에 속했다. 경기회복 속도가 호주만큼 빠르다면 우리도 곧 출구전략에 돌입할 수 있지 않겠냐는 우려감이 있을 수 있지만 호주와 우리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토러스투자증권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은 단순한 성장률이 아닌 GDP의 순환변동에 영향을 받는데, 쉽게 말하면 잠재 성장률 수준 이상 혹은 그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수요가 증가해 물가상승 압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로 결정된다. 한국은 빠른 성장률 회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절대적인 수요 수준은 잠재 성장 수준에 미달해있고, 이는 호주보다 금리인상을 서두를 이유가 없음을 시사한다. 즉 경기회복은 빠르게 지속되고 있으니 우려할 필요가 없는 반면, 아직은 금리인상 자체를 걱정할 수준은 아니니 오히려 더 호재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수급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조짐은 발견됐다. 전날 오전 장에서는 외국인이 8거래일만에 매수세를 보였고, 연기금 역시 44거래일간의 지루한 매도 행진을 마치고 이틀째 매수세를 보였다. 물론 이들은 오후 들어 다시 매도로 방향을 틀었지만, 오전장에서는 매수로 대응했다는 것은 이들의 매도 행진이 곧 끝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주변은 아직 어둡다. 그러나 어두움 속에서 한줄기 빛이 발견됐다. 이 빛이 주변을 밝히기에는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 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더 어두워지는 것은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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