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지난해 정부 관료 출신에서 공기업 사장으로 변신한 A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힘이 빠졌다. 공공기관 선진화에 따라 연봉이 전임자보다 줄어든 것은 이해가 되지만 전임자가 '너무 많이' 쓴 바람에 운신의 폭이 매우 좁아졌기 때문이다. 전임자가 사적인 일에 자신의 업무추진비에 회사 경비까지 쓴 바람에 감사원은 물론 사내 감사팀에서도 하루가 멀다하고 현미경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최근 공기업 임원으로 승진한 B이사는 요즘 괜히 승진했나 싶은 맘이 굴뚝이다. 정년을 5년 앞둔 그는 부장에서 임원공모에 지원해 임원을 달았다. 사표를 쓰고 임원계약서를 새로 썼다. 알고보니 2년 정도만 임기를 보장받고 그후은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야 했기 때문이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부장급이 5년 후에 정년을 다 채우고 나가는 것과 달리 자신의 수명은 길어야 2년. 이후에는 갈 곳도 없게 된다고 생각하니 별(임원) 단게 훈장만은 아니라고 느꼈다. # 어렵사리 공기업 신입사원에 합격한 C사원은 다른 공기업에 취직한 동기들과 종종 비교가 된다. 공기업이라면 그래도 연봉이 어느 정도는 되겠거니 생각했는데 2200만원이었던 것. 대부분 공기업들이 신입직원 임금을 평균 20% 삭감한 후였다. 그런데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가 이미 다른 공기업들보다 신입직원의 연봉이 워낙 낮은 수준이어서 여기에 같은 조건으로 깎으면서 초임이 턱없이 내려 앉게 되니 업무 의욕이 떨어질 수 밖에 없던 것.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방침에 따라 공기업들에 대한 강도높은 감사와 임금삭감(반납), 복지혜택 축소가 추진되면서 요즘 공기업들은 한마디로 풀이 죽어있다. 공기업 기관장, 임원, 직원들 모두 "직장의 안정성 정도만 제외하곤 요즘 공기업은 신의 직장, 철밥통, 신도 모르는 직장이라는 것은 옛말이 됐다"고 푸념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공기업 기관장의 연봉은 정부부처 차관급(1억800만원, 성과급 제외)으로 낮추어 적용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 공기업 기관장 연봉은 이 수준에 맞추어져있다. 성과급을 뺀다고해도 정부의 강도높은 공공기관 평가로 인해 예전만큼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기관장 연봉이 내려가면 당연히 임원도 그에 상응해 내려가게 됐다. 대신 간부직들은 5%에서 10%의 자발적인 임금삭감이 이루어졌고 대졸초임은 시작부터 20% 평균 삭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 공기업의 경우 임원공모에 총 7명이 응모했는데 내부에서 3명, 외부에서 4명이 지원하는 역전현장을 빚기도 했다. D사 공기업 관계자는 "정년을 통상 5년에서 7년 이상 앞둔 간부들이 대상인데 정년을 3년앞둔 간부가 지원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이들은 그때되면 바로 잘리거나 알아서 나가야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부가 내년도 공무원 임금을 동결키로 하면서 공기업들의 임금동결도 기정사실화 분위기다. 이미 몇몇 공기업이 노사 선언을 통해 내년도 임금을 동결키로 한 상태다. 이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E사 공기업 간부는 "최근의 공기업 선진화는 각 기관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기보다 연봉 10%, 사람 10%, 조직 10% 등 무조건 축소하고 통폐합하는 것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며 "무조건 줄이고 자르는 것만이 공기업 선진화가 아니라는 점도 알아야 된다"고 했다. F사의 한 대리급 직원은 "최근 수년 동안 과도한 부채와 연속적자를 기록하면서 수년 동안 임금을 동결했다"면서 "지난해 회계연도상으로 처음 흑자를 기록했는데 현재 분위기로서는 임금동결이 또 이루어질 것으로 보여 상대적인 임금수준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공기업 일각에서는 "예전에는 월급과 복지,사회적 인식 등이 대기업 부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으나 기업임금상승폭에 비해 상승폭이 낮아지면서 해가 갈수록 중견기업 수준으로 내려가 상대적인 박탈감이 더해졌기 때문"이라는 인식도 있다. G사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공기업들이 투명경영 성과경영을 주창해도 아직도 비리나 횡령, 노사이면합의 등과 같은 고질적 병폐를 해소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는 내부에서 깊은 반성과 환골탈태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에 보여주기보다는 국민들의 공기업을 바라보는 시각, 사회적 인식전환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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