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와 예술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전문가들은 열정, 창의성, 프로의식 3가지를 꼽습니다. 그럼 고 정주영 회장은 CEO일까요 예술가일까요. 그는 고철로 된 폐 유조선을 동원해 서산 간척지 사업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를 놓고 사람들은 ‘뚝심경영’이 기적을 일궈냈다고 칭송했습니다. 과연 그게 다 일까요. CEO와 예술가의 공통점을 깨달은 사람들은 정 회장을 예술가의 반열에 올려놓습니다. 이른바 '정주영 공법‘은 열정과 창의성, 그리고 프로의식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정 회장은 과학적 기술보다는 예술가의 직관으로 서산 앞바다를 바라봤을 것입니다.그렇습니다. 한국 인터넷기업협회 초대 회장을 지낸 이금룡 코글란닷컴 회장은 “CEO는 예술가의 다른 이름”이라고 얘기합니다. 3M이나 록히드마틴 등 세계적인 기업에 창조컨설팅을 해온 루트번스타인 교수는 “시, 음악, 미술 등은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 한다”며 “창조경영은 바로 이같은 예술에서 나온다”고 강조했습니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됐던 ‘베토벤 바이러스’란 드라마를 기억하시죠. 이 드라마의 예술감독을 맡았던 서희태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은 음악의 3요소에 창조경영이 다 들어있다고 말합니다. 다 알다시피 음악의 3요소는 리듬, 멜로디, 화성입니다. 창조적인 경영자라면 젊은 직원들의 리드미컬한 생각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하고, 멜로디의 흐름처럼 유연한 사고를 지녀야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개성이 강한 직원들을 화합시키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그는 음악의 3요소를 가장 잘 이해하고 경영에 활용한 CEO로 닌텐도의 야마구치 회장을 꼽습니다. 야마구치 회장은 화투를 만들던 별 볼일 없던 기업을 세계적인 게임회사로 도약시킨 경영자입니다. 미야모토라는 직원이 입사를 했는데 그 친구는 일은 안 하고 맨홀 뚜껑 아래에 있는 지하세계에만 관심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이를 안 야마구치 회장은 그 직원에게 지하세계를 게임과 접목시켜보라는 지시를 했고 그래서 탄생한 것이 ‘수퍼마리오’라는 게임입니다. 직원의 리드미컬한 생각과 이를 알아본 회장의 유연한 사고가 합쳐서 창조성이 발휘된 것입니다. 이코노믹리뷰(469호 9월21일 발행)는 예술을 사랑하는 CEO들을 만나봤습니다. 사진촬영에 일가견이 있는 김순진 놀부NBG 회장은 경영과 사진은 닮은 점이 많다고 합니다. 사진을 비즈니스 파트너로 생각하는 김 회장은 “나를 잘 찍어주기 위해선 상대방에게 사진 찍는 기술이 필요하듯 경영도 조직원에게 배울 것은 배우며 의지해야 회사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세심하게 따져보고 조직 구성원 한명 한명에게 신경을 써야 좋은 경영성과가 나온다는 점에서 경영과 사진은 원리가 같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오일뱅크 서영태 대표는 임직원들에게 ’성악하는 CEO‘로 불립니다. 서 대표는 “예전에는 비즈니스와 예술과의 경계가 확실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성악을 하면서 예술과 경영의 경계선이 모호해 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합니다. 영어 단어 Art가 예술과 기술을 동시에 뜻하듯이 비즈니스도 예술과 기술이 절묘하게 결합돼야 수익창출이라는 목표가 달성된다는 게 서 대표의 지론입니다. 그는 “높은 음을 내기 위해선 힘을 빼야 하는데 이 깨달음이 CEO로서 결정을 내릴 때 큰 도움이 됐다”고 고백했습니다. 예술을 통해 창조경영과 스킨십경영이라는 두 마리를 토끼를 잡은 것이지요.월간지에 수필을 응모해 당선된 이동걸 신한금융투자 부회장은 경영에서 소통 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가장 효과적인 소통방법은 진정성을 담은 글이라고 얘기합니다. 실제 이 부회장은 사장 재직 시절 진정성을 담은 한통의 서신으로 회사내의 혼란스런 상황을 극복하기도 했습니다. 글로 회사를 혼연일체로 만든 것이지요.때마침 문화·예술 최고경영자 과정을 개설하는 대학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좋은 현상이지요. 올 가을엔 예술에 푹 빠져보지 않겠습니까. 단 워낙 지원자가 많다보니 서류전형은 물론 면접도 통과해야 한다는군요.강혁 이코노믹리뷰 편집국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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