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해빙(解氷) 무드에 접어들고 있다. 북한이 지난 20일 밤 육로통행제한ㆍ차단, 경의선철도 운행중단, 경협협의사무소 폐쇄 등을 담은 '12ㆍ1 조치'를 철회했다. 21일 오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을 위해 방문하는 북한의 '특사 사절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돼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예방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남북당국간 대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남북 정상간 의견이 전달될 경우 남북관계는 급속도로 정상화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북한의 12ㆍ1 조치를 단 한번에 정상화 시킨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현대그룹과의 공동보도문 5개항 가운데 우리 정부당국과 협의 없이 북한이 스스로의 결정만으로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조치가 통행 재개였기 때문에 조문단 파견을 앞두고 '성의를 보이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대목이다.앞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할 때에도 현 회장이 사실상 우리 정부의 특사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이번에 북한이 조문단에 '특사'라고 이름을 붙이고 1박2일에 걸쳐 체류하는 것도 남북 당국간 고위급 접촉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통일부는 "빈소방문 외에 다른 일정은 정해진바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다. 북한의 이같은 적극적 행보의 속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칫 대남전술에 말려들 수 있다는 점과 국내 여론 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조문단의 조문장면만 언론에 공개하고 입출국과 기타 일정을 아직 공개하지 않는 것에도 이같은 이유가 담겼다. 하지만 경색된 남북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이명박 정부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는 점을 볼 때 북측 고위급 인사를 그냥 돌려보내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럴 경우 조문단을 청와대로 불러 이 대통령이 직접 만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측 인사가 김포공항으로 조문단 마중을 나가는 것도 이같은 분석과 궤를 같이 한다.양무진 경남대(북한학) 교수는 "북한은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측에 대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면서 "우리 정부는 이번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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