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발랄 KAIST, 상상이 현실로

온라인 전기차와 모바일 하버로 SF를 현실로 구현

달리면서 충전하는 전기차‥자동 운전도 얼마든지"항만은 육지에 있어야 한다는 건 편견"‥모바일하버#1. 2009년 11월 서울대공원. 매연과 악취를 뿜어내던 코끼리열차가 없어지고 소음과 배기가스가 전혀 없는 새로운 차가 등장했다. 내연 엔진이 없는 친환경 전기자동차다. 겉모습은 일반 전기차와 똑같지만 배터리는 25% 크기로 작아지고 도로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집전(集電) 장치가 달려 있다는 점이 다르다. 2010년 이 차량의 운행 범위는 제주 중문관광단지와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서울 공항로로 늘었다. #2. 2012년 5월 여수세계박람회장. 대회장 앞 바다에 수백톤급 골리앗 크레인 5∼6대를 얹고 다니는 특이한 물체가 떠있다. 배 같기도 하면서 배는 아니다. 이 물건(?)들은 연안 앞바다에 정박한 1만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에 달라붙어 컨테이너들을 옮겨 싣거나 항구로 나른다. 2014년엔 푸에르토리코 폰세항에도 등장해 파나마운하를 통해 들어오는 대형콘테이너선에서 짐을 실어 날랐다.KAIST가 공 들여 개발하고 있는 ‘온라인전기차’(OLEV)와 ‘모바일하버’가 상용화 됐을 때 모습을 그려본 얘기다. KAIST는 13∼14일 이틀에 걸쳐 언론와 관심 있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대전 KAIST 문지캠퍼스에서 ‘오픈하우스’를 열고 교내에서 테스트하고 있는 온라인전기차와 모바일하버 축소모형을 공개했다.

대전 KAIST 문지동 캠퍼스에 설치된 온라인전기차 테스트베드. 도로에 있는 붉은 실선아래 차량에 공급하는 전기선로가 매설돼 있다.

◆‘달리면서 충전하는’ 신개념 전기차=온라인전기차는 일반 도로에 매설된 전력전환장치(인버터)를 통해 주행 중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받으며 달리는 차다. 때문에 별도의 충전소나 큰 용량의 배터리가 필요 없다. 이런 방식의 전기자동차는 미국의 버클리 대학이나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 캐나다 봄바디어사 등이 연구개발하고 있지만 현재 가장 높은 효율을 보이는 건 KAIST 의 기술력이다.KAIST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급전(給電)장치와 집전(集電) 장치간 1cm에서 80%의 전력전달 효율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지금은 공극간격 12cm 이상에서 최대 60% 이상의 효율을 내고 있다. 이 시스템은 무선 전력 공급 뿐 아니라 모바일 통신을 통해 도로의 각종 상황정보를 받거나 차량상태, 전력 사용량 등을 중앙관제센터에 전달할 수도 있다. 중앙관제센터에선 이 정보를 통해 원격으로 차량과 설비를 관리한다. 자동차가 운전자의 조작 없이도 정해진 차선을 따라 이동하고 원하는 곳에 설 수 있는 SF영화 장면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조동호 KAIST 온라인전기차 사업단장은 “개발 과정에서 IT·자동차·도로 기술 등의 발전을 통해 연간 2000조원에 달하는 미래자동차 세계시장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온라인전기차를 상용화하기 위해선 인프라 구축을 위해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는 점과 내연기관 중심의 양산차 업체들이 온라인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지가 미지수다. KAIST가 넘어야 할 또 다른 벽이 있는 것이다. ◆‘항만과 단거리 해운, 임시야적’을 한번에=모바일 하버는 한마디로 바다의 정박해 있는 배의 짐을 실어 나르는 움직이는 항구다. 그러나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KAIST가 개발하고 있는 크게인과 선박 일체형 모바일하버의 축소모형.

50~60명의 KAIST 교수진과 연구진들이 3년 뒤 모바일하버를 여수 앞 바다에 띄우기 위해 참여하고 있다. 조선해양 산업계에서도 관심이 크다. STX조선해양,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들도 적극적인 개발협상을 벌이고 있다. 모바일하버가 주목을 끄는 데는 우선 컨테이너 선박이 대형화되고 있는 이유를 꼽을 수 있다. 2015년 완공 예정인 파나마 운하의 증설 등 앞으로 1만 3000TEU(1TEU는 20피트 짜리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운반선이 해운 시장의 주축을 이룰 것으로 보이지만 이 같은 초대형 화물선이 접안 할 수 있는 부두가 한정돼 있어서다. 또 항만정체가 심하거나 수심과 하역시설이 불충분한 항구에서도 항만시설 인프라를 대체하거나 보조적인 기능을 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한 점도 모바일하버를 구상하게 된 배경이다.

모바일하버는 파도가 심한 바다위에서 안정적으로 컨테이너를 하역하거나 선적해야 하는 만큼 평형을 유지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서남표 KAIST 총장이 모바일하버를 위해 개발된 평형유지장치를 체험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 어려움이 적지 않다. 파도가 치고 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컨테이너선과 모바일 하버, 두 구조물이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복합적인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안전하역 장비를 비롯해 환경 안정화 장비, 서포팅 장비 등이 필수적으로 개발돼야 한다.곽병만 KAIST 모바일하버 사업단장은 “모바일 하버는 해운물류와 토목, 조선 세 분야가 만나는 세계 항구 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대전=노형일 기자 gogonh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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