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펀드대국 실상은 '속빈강정'

"사실 저희도 압니다. 펀드수가 너무 많아서 정말 잘 운용되고 있는 우량펀드들이 있는가 하면 무늬(이름)만 다른 유사펀드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것을요."  올해 신규펀드 출시보다는 기존펀드 관리에 집중하겠다던 A 자산운용사 관계자가 꺼내놓은 속내다.  지난 2006~2007년 주가지수 상승에 힘입어 '펀드붐'이 일자 펀드상품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났다. 2005년 당시 전체 펀드수는 7319개에 그쳤지만 2008년 9678개로 3년새 2500개 가까이 급증했다. 주식형 펀드수만 봐도 2005년 674개에서 2008년 1377개로 2배 이상 급증했다.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펀드투자로 눈을 돌리자 자산운용사들은 투자자 잡기에만 혈안이 된 나머지 상품 만들어내기에만 급급했던 결과다. 당시엔 차별화된 펀드도 많지 않았고, 거의 복제수준이었다는 것은 업계가 다 아는 사실이다. 심지어 잘되는 펀드의 구성 내역을 도용하거나 이름까지 차용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우량펀드 고르기가 '사막에서 바늘찾기'와 같다는 어처구니 없는 얘기도 있다. 한국은 올 1분기 세계펀드시장에서 펀드수 '1위국'이라는 명패를 달았다. 1분기 펀드 수가 9512개로 조사대상 44개국 중 1위를 차지했지만 펀드 순자산 규모로는 2293억 달러를 기록, 14위에 그쳤다. 펀드 순자산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도 고작 1%에 불과했다.  겉만 화려했지 속빈강정에 다름아니다. 정부와 관련 업계는 이제 더이상 말로만 자투리 펀드 청산을 외쳐서는 안된다. 펀드시장이 커지기 위해서는 체질 개선이 급선무다. 김수희 기자 suheelov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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