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가 의약사에게 리베이트를 주다 적발되면 해당 약의 가격을 최고 20%까지 인하하는 제도가 시행된다. 리베이트와 관련해 지금까지 발표된 대책 중 가장 강도 높고 실효성 있는 제도라는 게 제약회사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업체들은 이번 제도시행을 통해 리베이트가 완전히 없어질지, 제약업계 판도는 어떻게 변할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건강보험 우산 아래 위치한 제약업체들에게 '보험약가'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약가를 높게 책정받고, 이를 유지하는 것이 영업의 관건이다. 이번 제도가 과징금 등 일회성 처벌이 아니라, '약값'에 영구적 손상을 주는 것인 만큼 제약회사들이 빠짝 긴장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를 통해 리베이트의 원인이 되는 약가의 거품을 제거해, 국민의 약제비 부담을 완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제약사가 리베이트를 주는 것은 그만큼 약값에 '이윤'이 충분하다는 뜻이며,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의지다. 제약회사들 입장에서 이 말을 해석하면, 특히 카피약 판매가 주력사업이던 업체들은 이제부터 '손 발 떼고' 영업하라는 뜻이다. 한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리베이트가 불가능하다면, 특별한 장점이 없는 카피약을 사용하라고 의사에게 권할 방법이 없다"라며 "결국 카피약 중심 제약사들의 퇴출을 의도했다고 본다"고 말했다.반면 상위제약사들은 '어차피 가야했을 길'이라며 반기는 태세다. 리베이트 제공은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란 측면이 강하므로, 업계가 동시에 리베이트를 중지한다면 바람직한 것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또 웬만한 영업행위는 모두 '리베이트'로 간주되던 억울함도 해결돼, 현실적으로 긍정적인 '지출'들은 합법화 될 것이란 기대감도 비췄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일단 제약사들이 또다른 신종 리베이트 수법을 만들어내지 않겠느냐는 걱정이다. 실제 8월 1일부터 약가인하 제도가 실시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제약사들은 8월 1일 이전에 리베이트를 '선지급'하는 수법도 고안해 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규제가 강화될 수록 외국계 제약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리베이트에 크게 의존해오던 국내 제약사의 피해가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상위 제약사 관계자는 "이번 제도에 외국 제약사들의 주된 영업무기를 금지하는 조항이 빠졌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실제 이 부분은 앞으로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복지부는 30일 제도 시행을 발표하며 "리베이트의 정의나 기준은 의약품 단체들이 자율적으로 정한 '협약'에 따른다"고 했는데, 외국 제약사들의 모임인 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측은 "그 협약에 합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논란인 부분은 한국 의사들을 해외로 초청하는 '제품설명회'를 허용할 것인가 여부다. 한국제약협회측은 "외국 제약사들이 제품설명회를 개최하며, 한국법망을 피해 사실상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다"며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KRPIA측은 "본사가 외국에 있는 특성을 이해해줘야 한다"며 "세계 각지 의사를 한자리에 모으는 기회에 한국의사만 빼라는 이야기"라고 주장한다. 최신 의약품 정보를 제공하는 긍정적 방법을 지켜달란 목소리다. 이런 평행선의 결론은 현재 개정이 논의중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경쟁규약이 이 조항을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달려있다. 복지부도 30일 발표된 '자율협약'과 공정위의 공정경쟁규약이 통일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양 단체와 공정위가 합의안을 도출하면 이를 다시 복지부 '협약'에 재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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