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에이션 매력도 여전히 높아...수급도 기대할 만
코스피 지수가 손만 뻗으면 1500선에 닿을만한 수준까지 치솟았다. 1500선을 돌파하게 되면 지난해 9월25일(1503.83) 이후 10개월만의 처음인 일이다. 이는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한 직후 국내증시가 급락세를 연출하기 바로 직전의 주가수준과도 일치한다. 그렇다면 코스피 지수가 1500선을 넘어선다면 그동안의 금융위기를 모두 해소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게 아니라면 밸류에이션 부담이 지나치게 큰 것은 아닐까.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일 것이다.
◆밸류에이션 부담은 없나주가가 급등하면 가장 먼저 따라오는 우려감이 '밸류에이션 부담'이다. 뭐든지 싸게 사는 것이 이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미 주가가 많이 올라선 현 상황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밸류에이션을 평가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실적이다. 실적, 특히 실적 추정치의 밑바탕이 되는 것이 바로 경기전망이 된다. 지난해 9월과 현 시점의 절대수준만 비교한다면 지금이 그 당시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 산업생산이나 GDP 성장률 등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플러스를 기록했다. 기업들의 실적만 놓고 보더라도 대부분의 기업이 그 당시의 실적이 더 우수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현재가 아니라 방향성이다. 지난해 9월에는 이미 경기가 소폭 하향국면에 접어들었던 반면 현 시점은 이미 바닥을 찍고 회복 시그널이 등장하고 있다.절대 수준만 비교한다면 그 당시가 현재보다 나을 지 몰라도 추가 상승 가능성 및 방향성 등으로 본다면 현재가 더 매력적인 셈이다. 특히 주가는 현재가 아니라 기대감을 먹고 산다는 측면에서 접근하면 더욱 그렇다고도 볼 수 있다. 여기에 유동성까지 더해졌다.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각국에서 엄청난 돈을 풀었고, 이것은 경기회복을 이끄는 중요한 동력이 됐던 것. 유동성의 힘으로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는 점차 개선되고 있으니 밸류에이션의 부담도 해소시키고 있는 것이다.주상철 교보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절대적인 수준만 놓고 본다면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순환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경기는 이미 회복국면에 접어들었고, 유동성 역시 풍부한데다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가 개선되고 있으니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증시는 이미 1360~1430선에서 지루한 박스권 흐름을 지속하며 나름대로 조정 및 숨고르기 과정을 거친 만큼 추가 상승세를 이어갈만한 체력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밸류에이션 잣대인 주가이익비율(PER)로 접근하더라도 여전히 매력적이다.임동민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PER(MSCI 12개월 예상 PER)은 11.5배로 전세계의 85% 수준"이라며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신흥국 증시 대비로 볼 때에는 2008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한다면 국내증시의 밸류에이션 메리트는 상당히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신흥 아시아 중심에서 본다면 상대 PER은 2008년 1월 수준인 81%로 가격부담이 높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내증시의 경우 성장률을 고려한 PER은 신흥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급은 괜찮은가주가를 이루는 양대축은 바로 펀더멘털과 수급이다. 아무리 펀더멘털의 개선이 확인됐다 하더라도 외국인이나 기관이 지속적인 매도세를 고집한다면 주가는 탄력을 받기 어렵다. 여기에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면 아무리 여건이 좋아도 지수의 걸림돌이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현 시점에서는 수급도 부담이 없는 상태다. 먼저 외국인은 우리 증시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국내증시가 박스권 흐름을 이어온 지난 두달여 기간동안 외국인은 박스권 돌파 상향시도가 나타날 때마다 차익실현을 하는 모습을 반복해왔다. 이것이 박스권 돌파가 실패로 연결되는 결과를 낳았고, 지루한 횡보장세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날 국내증시가 2.7%의 급등세를 보일 당시 외국인은 강력한 순매수세로 대응했다. 급등할 때 차익실현에 나서던 기존의 입장과는 다른 모습이다. 국내증시의 추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기관도 마찬가지다. 고집스럽게 매도 기조를 유지하던 기관은 최근 강한 매수세를 보였다. 물론 21일 현재는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증권주에 대해서만은 연일 매수 행진을 벌이고 있다. 증권주가 전체 주식시장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증권주를 기관이 산다는 것은 전체 주식시장에 대한 시각이 서서히 바뀌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프로그램 매수세도 추가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이날은 프로그램 매물이 출회되고 있지만 주목할 부분은 베이시스의 개선이다. 국내증시에서는 주로 베이시스 트레이딩의 형태로 차익거래가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날 프로그램 매물이 출회되는 것은 전날 베이시스가 크게 개선되면서 대규모의 매수세가 유입된 후 베이시스가 재차 낮아지면서 일부 차익매물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하지만 전날 4000억원 가까운 매수세가 유입된 후 이날은 600억원 규모의 매도세가 나타나고 있는 등 매수할 때는 대규모로, 매도할 때는 일부를 매도하는 모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박문서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앞으로도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누적으로 보면 매수가 더 많아질 것"이라며 "베이시스가 윗쪽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전체적인 프로그램 매수 규모가 더 늘어난다고 본다면 수급적으로도 개선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언제 매수해야 하나주가가 오른다고 본다면 투자자들은 매수 시점이 언제인지 찾기에 분주해진다. 1500선은 앞서 지적했듯이 금융위기 이전의 수준을 모두 회복하는 주가인 만큼 만만치만은 않을 것이다. 이날 장 초반 1500선을 3포인트 남겨둔 상황까지 치솟았지만, 이내 되밀린 점만 보더라도 저항이 만만치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주가 상승에 대해 기대를 한다면 이같은 저항 흐름을 이용해 매수에 나서는 전략도 긍정적이다. 주가가 본격적인 상승장세에 돌입한다면 기존에 오르지 못했던 업종들이 순차적으로 순환매 양상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수가 되밀릴 때 그간 소외종목 위주의 매수가 긍정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 소외됐던 중소형주, 낙폭과대주에 대해서도 순환매를 전제로 한 단기 트레이딩 전략을 고려해 볼 만한 시점"이라며 "최근 IT, 자동차 중심의 차별적인 상승이 강화되는 추세이지만, 지수의 박스권 상향돌파와 더불어 상승종목수가 확산되며 순환매의 강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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