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ㆍ7 사이버테러'는 네트워킹사회의 명암을 극명하게 보여준 한편의 드라마였다.지난 7일 저녁 청와대 백악관 등 국내외 26개 사이트에 대한 해킹으로 시작된 정체불명의 사이버테러는 3차례나 공격패턴을 바꿔가며 인터넷세상을 온통 공포로 몰아넣었다.10만대에 이르는 좀비PC를 이용한 대담한 동시다발적 사이버습격에 이어 스스로 좀비PC내 하드디스크를 폭파토록 지시하는 '자결' 명령에 이르기까지... 당초 미국 독립기념일인 지난 4일 미국에서 극비리에 시도된 '디도스(DDoSㆍ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이 지구촌을 온통 뒤흔들다 주말부터 수면 아래로 쑥 가라앉았다.하지만 이번 사이버테러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을뿐,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2의 사이버테러'가 꿈틀거리며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부내 콘트롤타워 부재가 빚은 혼선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국정원 방송통신위 경찰청 등이 이번 사태에 대처하면서 손발이 따로놀듯 하는 모습을 보인 점은 우리의 사이버대응체계를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했다.안철수연구소가 하드디스크 파괴 형태의 3차 공격이 예상된다는 전망을 내놓았음에도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몇 시간 뒤에야 허둥지둥 동일한 발표를 하는 모습은 정부의 허술한 대처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국내 주요 기관의 인터넷 사이트를 집중 타깃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해킹 초기부터 북한배후설이 불거진 점도 주목된다. 국가정보원 조사 결과 19개국 92개국 IP(인터넷 프로토콜)를 통해 디도스 공격이 감행됐다고 하지만 19개국에 북한은 포함되지 않았다.방통위측은 북한이 국제인터넷기구로부터 도메인은 물론 IP주소를 할당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공격에 북한IP가 이용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정부기관간 엇박자가 느껴지는 대목이다.하지만 북한이 주범이기때문에 오히려 19개국이나 되는 각종 IP를 경유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 인민군 산하 해커조직인 110호 연구소가 남한 전산망을 파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는 식의 북한배후설을 뒷받침하는 각종 자료들이 국정원발(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이번 7ㆍ7사이버테러는 제2, 제3의 습격을 염두에 둔 예고편이자 시험판 성격이 짙다.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지만 진짜 해커가 누구인지, 동시다발적 해킹의 숨은 의도가 무엇인지 등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과거에도 대기업 등을 겨냥한 '디도스'공격이 일부 있었지만 당시 해커들은 돈을 요구하는 등 해킹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곤 했다.이번 7ㆍ7사태가 주는 또 하나의 시사점은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순간 네티즌이 익명의 가면을 쓴 개별적 존재를 훌쩍 뛰어넘는다는 점이다. 즉 나의 PC가 네트워킹의 그물(網)로 연결되는 순간, 그 PC는 나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기업은 물론 정부나 심지어 국가까지 곤경에 빠뜨릴 수 있는 암적 존재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좀비PC'가 바로 그런 사례다. 네티즌 개인은 자신의 PC가 좀비PC인지 여부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스스로 사이버보안에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자신의 PC를 해킹으로부터 어느 정도는 지켜낼 수 있다. 안철수연구소 등에서 배포하는 무료백신만 깔아도 웬만한 해킹쯤은 버텨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사이버테러가 극단적 상황까지 치닫지는 않았기에 사이버테러로 인한 공포가 국민들에게 피부로 와닿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인터넷뱅킹이나 교통관제시스템 등이 은행이나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 해커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그 피해는 상상 이상의 엄청난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이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차원의 강력한 보안의지와 실천이 뒷받침돼야 한다. 기업들도 이제 정보보호 전문가 양성에 눈을 돌려야 하며, CSO(Chief Security Officer ㆍ 최고보안책임자) 임명을 더이상 주저해서는 안된다.이번 사태로 IT강국의 이미지가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정부ㆍ기업ㆍ네티즌이 각각 제 몫을 다하면서 철옹성같은 공조체제를 구축한다면 그 어떤 사이버테러에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김동원 부국장 겸 정보과학부장 dw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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