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망] 강물이 얕아도 두드려야 할까

뚜렷한 호재 꾸준히 발생..빠져도 문제없는 강일 뿐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 주식시장에 각종 호재와 악재가 뒤섞여있을 때 이 말이 종종 나온다. 어떠한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는 만큼 꼭 확인을 한 후 전략을 세우라는 것이다. 그만큼 시장이 어렵고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었으니 제 아무리 돌다리라도 두드려볼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돌다리가 놓여있는 강가의 물이 무릎 정도밖에 오지 않는 곳이라면 어떨까. 굳이 돌다리를 두드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설사 돌다리가 흔들려 물에 빠진다 하더라도 어차피 무릎 정도까지 밖에 오질 않는 곳이다. 빠져도 별로 문제될 건 없는 곳에서 돌다리를 하나 하나 두드려보는 것은 괜한 시간만 낭비하는 일이 된다. 현재 주식시장도 비슷한 상황인 듯 하다. 호재와 악재가 뒤덮여있던 상황에서 이제는 악재가 대부분 가신 덕분에 강가의 물이 무릎 정도로 낮아졌다. 경기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던 상황에서 경기회복 시그널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물론 우려되는 부분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널려있는 호재 속에서 애써 여기저기 뒤지며 부정적인 측면을 찾아낼 필요도 없는 상황이다. 전날 코스피 지수는 1400선을 넘어섰다. 1400선은 주식시장이 급락세를 보이기 이전 수준으로 대기매물이 많이 몰려있는 구간이며 각종 이평선들이 발 아래 놓여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1400선에 안착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었고, 1400선 안착을 위해서는 또다른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곳곳에서 들려왔다. 물론 전날 1400선을 넘어섰다고 해서 안착했다고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경기회복 시그널이 강력한 모멘텀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1400선을 넘어서게 한 것도 경기회복 기대감이었다. 중국 구매자관리지수(PMI)가 4개월째 확장국면에 접어들었고, 일본 제조업 단칸지수는 2년반만에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대만증시 역시 중국과의 투자가 기대되면서 새로운 경기 회복의 빛을 발견했다. 우리나라 역시 무역흑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일부 선행지표 및 동행지표가 크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한 껏 부풀렸다. 뉴욕에서도 이같은 흐름은 계속됐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는 10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기존 주택매매는 4개월 연속 증가하며 그간 우려됐던 주택경기도 바닥을 찍고 올라섰음을 확인했다. 여기에 타코벨 및 KFC 등 외식업체를 운영하는 얌브랜즈 역시 투자의견이 상향조정되면서 소비가 살아나고 있음을 시사했다.
상품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모습은 보였다. 권양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두바이유가 WTI나 브랜트유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OPEC의 감산에 따른 공급적인 요인도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이머징 국가의 경기회복이 선진국보다 빠르게 나타나면서 두바이유에 대한 수요가 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WTI의 경우 선물시장이 발달해있어 헷지성 자금이나 투기자금 유입이 많은 반면 브랜트유나 두바이유는 각각 유럽과 아시아에서의 원유 수요에 따라 유가가 결정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두바이유 가격이 WTI보다 높아졌으니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설명이다. 경기회복 측면에서 뿐 아니라 수급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분위기는 강하다. 6거래일째 이어진 외국인의 선물 순매수 기조가 차익거래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준혁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최대 누적 순매도 포지션의 20% 이상, 순차익 잔고 최대감소금액의 16% 이상이 각각 감소와 증가를 기록해 중장기적인 차익거래 환경 변화에 대한 기대감마저 높아지는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한 외신에 이런 말이 나왔다. "시장은 얼마나 개선됐냐가 아니라 그 방향성에 더욱 초점을 맞춘다" 투자자들은 단지 '개선' 여부를 확인하고 싶을 뿐이고, 시장은 개선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단계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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