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에서 너무나 자주 그리고 쉽게 만날 수 있는 단어가 바로 '사이버 망명'이다. 최근 인터넷에 대한 당국의 규제가심해지고 있다고 느낀 네티즌들이 너도나도 국내 인터넷서비스를 떠나 해외 서비스로 옮겨가면서 사이버 망명이라는 말이 널리 퍼지고 있다.
온라인 게시판을 중심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사이버 망명'이라는 표현은 이제 블로그, 이메일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네티즌들이 국내 사업자들의 서비스를 버리면서까지 굳이 해외 사업자들의 서비스를 선택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우선 '사이버 망명'이라는 용어가 탄생한 배경이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통한 게시판과 댓글에 대한 규제강화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일부 네티즌이 게시판에 올린 글 때문에 처벌을 받는가하면 인터넷에 올린 글들이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차단되는 사례가 잇따르자 '쓰고 싶은 글을 쓰겠다'며 외국에 서버를 둔 외국 게시판으로 옮겨가는 네티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사이버 망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블로그로 확대됐다. 국내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블로그의 경우, 누구나 게시글과 관련해 그 글이 권리를 침해했다고 신고하면 해당 글이 무조건 30일간 차단되는 블라인드정책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부 네티즌은 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구글이나 마이스페이스닷컴 등 해외 블로그나 커뮤니티 서비스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인터넷 논객으로도 유명한 중앙대 진중권 겸임교수가 다음 블로그를 사용하다 이같은 권리 침해로 인해 게시글이 차단당하자 구글의 블로그로 '망명'한 것이 네티즌들의 사이버 망명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7월 23일부터 시행되는 강화된 저작권법으로 인해 처벌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신의 게시글을 외국업체의 서비스로 옮기는 네티즌들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이메일 계정조차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외국 업체의 이메일을 사용하자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MBC방송의 PD수첩 사건으로 인해 이메일 내용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조성된 것도 이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다. 이처럼 사이버 망명이 네티즌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는 것은 국내법이 외국업체에는 미치기 어렵다는 분석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에 서버를 둔 외국업체의 경우, 게시글 차단이나 계정 압수 등의 규제를 가하는 것이 결코 간단치 않다. 더욱이 외국 서비스의 경우, 대부분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는 등의 본인확인 과정을 아예 거치지 않기 때문에 게시글 작성자를 찾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외국업체들이 그들의 잣대와 기준을 내세워 국내법을 거부하는 것도 사이버 망명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미 세계 최대 동영상서비스인 유튜브는 국내의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거부한다며 아예 게시판 기능을 없애버렸고, 이와 관련해 구글코리아는 "세계가 인정할만한 불법사항이 아니라면 이메일 계정압수 등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가 사용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한 마이크로블로그(단문블로그) 서비스인 '트위터'도 지금은 사이버 망명지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많은 사용자들이 포털사이트 게시판이나 댓글보다는 규제를 받지 않는 트위터를 통해 '소통'에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이같은 사이버 망명이 법을 피해 불법을 자행한다는 것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규제가 무서운 나머지 표현의 자유를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것이 사이버 망명을 선호하는 진짜 이유라는 것이다. 최근 이메일 계정을 국내 포털에서 구글 지메일로, 포털사이트 대신 트위터를 선택한 네티즌 'uko'는 "사이버 망명을 통해 불법을 저지르겠다는 것이 아니라 혹시 표현의 자유까지 침해당할까봐 서비스를 옮기는 것"이라고 나름의 이유를 설명했다.
함정선 기자 m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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