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돈 주고 '가짜' 횡성한우 안먹어'

#'횡성한우'의 '가짜' 소동이 한바탕 벌어진 다음날인 18일, 주무 유 모씨(55·서울 강남)는 다가오는 주말 시댁 방문을 앞두고 집 가까운 백화점 마트를 찾았다. 적당한 선물거리를 찾던 유씨는 횡성한우 등심선물세트를 집어 들었다 다시 내려놓았다. 가짜 횡성한우 보도가 나간뒤 선물했다 괜히 욕이나 먹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결국 유씨는 마침 행사중인 프랑스 와인선물세트를 사들고 돌아왔다. 강원도 횡성의 한 농협에서 다른 지역에서 생산됐거나 생산지가 확인되지 않은 쇠고기를 횡성 한우로 속여 팔아온 일당이 대거 적발되면서 한우의 명품 이미지를 선도하고 있는 횡성한우의 이미지 추락은 물론 판매량 감소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적발된 D농협은 지난해 1월부터 올 2월까지 원산지를 둔갑시켜 판매한 약 1728마리(687t)는 지난해 횡성 지역에서 도축된 1만800여의 16% 수준으로 판매금액만 128억원에 달한다. 실제로 횡성한우는 다른 지역 한우보다 1마리당 60~70만원 정도 높은 가격에 거래되며 쇠고기 가격 역시 다른 고급 브랜드 1㎏당 1만원, 일반 한우보다는 1㎏당 2만원 가량 비싸다. 가뜩이나 중국산 등으로 먹거리 불신이 가득한 국민들은 이제 토종 브랜드도 믿을 수 없겠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정부과천청사에서 근무중인 한 공무원은 "원산지도 확인할 수 없는데 굳이 몇만원씩 더 주고 횡성한우를 먹을 일이 없어지지 않았냐"며 "먹거리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농협은 애써 의미를 축소하며 부랴부랴 사태수습에 나섰다. '농업인을 위한 농협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며 개혁에 핏발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좋지 않은 일만 일어나자 당황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농협 관계자는 "10년 넘게 쌓아온 명품 이미지를 하루 아침에 깎아먹을까 우려된다"며 "농협이 이레저레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더 확산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횡성에서 6개월 이상 사육된 소는 모두 횡성한우라는 이름으로 통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원산지 규정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다른 지역에서 데려온 소를 5개월 뒤 도축하면 처벌받지만 한 달 뒤에는 '횡성한우'로 둔갑되는 현행 '지리적 표시제'에 문제가 많다는 것. 농협 관계자는 "이번 가짜 횡성한우 파동이 한우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브랜드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등 이번 일을 거울 삼아 더욱 철저히 관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303@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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