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1] 명동 거쳐 여의도시대 30년...한국의 월스트리트로

여의도 증권가는 국내 자본시장 발전 역사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전화선이 부족해 주식 거래가 힘들었던 70년대 후반 당시, 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와 증권업협회(현 한국금융투자협회)가 명동에서 여의도로 입성하면서 명실공히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대표지역이 됐다. 증권 유관기관과 증권사들 역시 여의도로 몰려들었고 80년대 유가증권시장 개장, 88년 서울올림픽, 98년 외환위기 등 숱한 위기와 기회를 거치며 현재의 모습으로 자리를 잡았다. ◆증권가의 태동은 '명동'= 1940년대 일제 지배에서 벗어나면서 국내에는 순수 자본의 거래소와 증권사에 대한 열망이 꿈틀거렸다. 송대순 증권업협회 초대회장과 당시의 거래원들은 1947년 증권구락부라는 친목단체를 발족시켰고 이것이 모체가 돼 증권시장이 탄생케 된다. 1949년 11월20일 우리나라 최초의 증권사인 대한증권이 문을 열었다. 이후 고려증권, 영남증권, 국제증권, 동양증권이 잇달아 설립되면서 한국전쟁이 끝난 53년에는 증권협회가, 56년에는 서울 중구 명동에 '대한증권거래소'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공인 자본시장이 탄생했다. 이후 많은 시행착오와 산고가 이어졌지만 70년대 들어 새로운 증권사, 투신사들이 연이어 진입하면서 부흥기를 맞이하게 된다. ◆한국 자본시장, 여의도에서 꽃피우다= 1979년 한국증권거래소가 여의도로 이전하면서 여의도는 한국의 '월스트리트'가 됐다. 당시 거래소는 부족한 공간, 전화선 등 부족한 제반시설로 인해 이전을 모색했고 당시로서는 모래벌판이었던 여의도를 선택, 이후 증권사들이 앞다퉈 여의도로 본점을 옮겨왔다. 이때부터 증권가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해외에도 진출하고, 국내 지점도 급증하는 등 바야흐로 증시가 자본시장의 중축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동안 많은 증권사들이 탄생했다가 사라지기도 했다. 현재까지 역사속에 사라진 증권사가 80여개에 달한다는 사실은 그만큼 증권업이 만만찮은 업종임을 증명한다. 사라진 증권사 중 가장 오래 존속했던 곳은 한흥증권으로 1954년 설립 후 한일증권->한빛증권->우리증권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LG투자증권에 합병되면서 51년만에 허가가 취소됐다. 1969년 설립된 한보증권은 1975년 대보증권에 이어 럭키증권, LG증권, LG투자증권으로 변경됐다가 현재 이 됐다. 1955년 설립된 신우증권도 경신증권->동방증권->태평양증권에 이어 선경증권, 현재는 으로 상호를 바꿨다. 최고참 증권사는 1949년 설립된 대한증권으로 1994년 으로 사명을 바꾼 뒤 현재까지 존속 중이다. 외환위기는 여의도에 암울한 시기였다. 당시 고려증권, 동서증권의 인가가 취소되고 한남·산은·장은·동방페레그린증권은 영업정지를 당했다. 은행계 증권사도 힘겨웠다. 조흥증권 일은증권 보람증권 한증증권 장은증권 등이 몰락했다. 그러나 이 위기를 극복해낸 증권사들은 2000년대 들어 펀드 열풍, 투자심리 호전과 함께 다시금 열띤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자본시장법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 어려움을 극복한 증권가에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자본시장법'의 시행이다. 증권사들이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여러 제약을 없애고 문을 열어줘 마음껏 경쟁하도록 하는 시장이 활짝 열린 것이다. 지난해 증권가에는 신설 증권사들의 노크가 줄을 이었다. 자본시장법 도입을 앞두고 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진입을 꾀했기 때문이다. IBK투자증권·KTB투자증권·LIG투자증권·SC증권·토러스투자증권 등이 각각 신설 본허가를 받아 영업을 시작했다. ING증권중개·애플증권중개·바로증권중개 등 3개사도 위탁매매업에서 각각 본허가를 받았다. 6월17일 현재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회원사는 외국계를 합쳐 총 60개사. 대기업 계열은 물론, 은행계 증권사의 부활과 함께 다시 투자의 장인 자본시장의 인기가 살아나고 있는 셈이다. 새로운 틀인 자본시장법 하에서 어느 증권사가 진정한 승리자가 될 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착실한 준비와 열정으로 각 증권사들은 새로운 '글로벌 리더'를 꿈꾸고 있다. 우리 증권가의 도전정신에 우리나라, 나아가 글로벌 자본시장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황상욱 기자 ooc@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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