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율 0%···베일속의 '퍼펙트 팀'
<strong>'M&A의 숨은 힘' 버림 통합의 미학 - <1> 비밀조직 CFP팀
1996년 이후 17개 기업 사고 14개 기업 팔고
확실한 철학·철저한 사전준비로 '무적행진'</strong>
기업 구조조정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의 인수ㆍ합병(M&A)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상시적 구조조정을 통해 외환위기와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한 두산그룹은 알짜 사업 부문을 매각해 확보한 '실탄(자금)'으로 전세계를 대상으로 '가족 후보군(인수 대상기업)'을 물색해 인수를 해낸다.
대부분의 기업이 자사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M&A로 위기를 겪는 것과 달리, 두산그룹은 매각과 인수 모든 면에서 피인수자, 인수자, 투자자 모두에게 만족을 주는 최적의 방법을 도출해낸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는 "매번 새로운 도전에서 쌓은 노하우가 새로운 M&A를 창조하는 원동력"이라며 극찬하고 있다.
M&A 성공률이 90% 이상에 이르고 있는 두산그룹의 성공담은 국내 대기업은 물론 해외 기업들까지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 두산그룹이 그동안 추진해왔던 M&A 사례를 되돌아보고, 생존의 기로에 놓인 기업이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할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영국 글래스고 인근에 위치한 두산밥콕에서 두산중공업 직원과 현지 직원이 발전설비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두산그룹 M&A를 담당하는 핵심 조직 기업금융프로젝트(CFP, Corporate Financing Project)팀원 수첩에는 날마다 새로운 기업 리스트가 빼곡히 적힌다.
이 리스트는 투자은행, 컨설팅업체 또는 팀원들이 개인적 루트를 통해 전 세계 M&A 시장에서 발굴한 기업 매물 리스트다. 단순히 기업명만 적는 게 아니라, 정보와 첩보를 통해 얻은 해당 기업의 금융구조와 인원 구조, 사업 구조의 현재와 미래 성장성, 여기에 만약 인수를 추진했을 때 어떻게 업무를 풀어나가야 할지 등 모든 작업이 기록된다.
이러한 작업은 항상 인수를 한다는 가정하에 이뤄지기 때문에 경영진들이 인수 추진 사인을 낼 때 즈음이면 CFP팀원들은 이미 인수 업무의 절반 이상을 완료한 상태라고 한다. 그래서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인수를 추진할 수 있다.
<strong>◆베일에 가려진 CFP팀=</strong> 지난 1996년 이후 두산그룹은 17개 기업을 사고 14개 기업을 팔았는데 이들 기업은 대부분 (주) 두산 전략기획본부에 속해 있는 CFP팀이 담당했다.
규모가 작은 M&A는 계열사에서 직접 주도하지만 주요 M&A는 CFP팀이 주도했다.
CFP팀은 그동안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가 지난해부터 불거진 밥캣 문제 때문에 이상하 전무가 언론에 자주 모습을 공개하면서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기업 전화번호부에도 등재되지 않을 뿐더러 팀원 수도 십 여명 정도의 정예 요원이 일하고 있다고 알려졌을 뿐이다. 초창기에는 외국계 컨설팅 및 회계법인 출신들을 데려왔지만 최근에는 그룹 내에서 인원을 뽑는다고 한다. 이젠 밖에서 데려오지 않아도 될 만큼 노하우가 확실히 잡혀 있기 때문이다. 팀을 이끌고 있는 이 전무는 OB맥주 시절부터 계열사 매각작업에 깊숙이 관여해 M&A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이상하 전무의 위로는 김용성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이상훈 두산 부사장 등이 M&A 핵심 브레인으로 꼽힌다. 이들 세 명은 모두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매킨지 출신이다. 특히 김 사장과 이 부사장은 한국인 최초의 매킨지 파트너를 역임했으며 각각 2001년, 2004년 두산에 합류했다. .
한 단계 더 올라가면 M&A 전략의 최정점에는 박용만 두산 대표이사 회장(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자리 잡고 있다. 두산그룹의 최대 전략가로 통하는 박 회장은 이들 CFP팀원들과 함께 굵직한 M&A를 추진해 소비재와 서비스 중심의 두산그룹을 중공업 그룹으로 탈바꿈시킨 장본인이다.
<strong>◆눈빛만 봐도 알아요=</strong> M&A는 회사의 흥망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도다. 따라서 팀원들의 개별 능력 뿐만 아니라 끈끈한 결속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두산그룹 M&A팀이 어느 그룹보다 강점으로 여기는 것이 바로 '사람'이다. 박용성ㆍ박용현ㆍ박용만 회장 등 최고 경영진은 물론 재무 담당 임원, M&A 담당 실무자들까지 대부분이 이 분야 베테랑들이자 20여 차례 이상 M&A를 진행하면서 호흡을 맞췄다. 워낙 오랫동안 한 배를 타 온 탓에 눈빛만 봐도 의중을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한다.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두산그룹은 성공적인 M&A을 위한 두가지 조건을 항상 실천한다고 한다.
첫째, '확실한 철학'으로 두산은 M&A시 ▲인수대상 기업의 재무상황 ▲사업개선 및 차별화된 미래가치 창출 가능성 ▲두산의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효과 창출 ▲우수인재 확보 부분 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있다고 한다. 특히 M&A를 남의 재산을 탈취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가치를 극대화하고 상호 시너지 창출을 위한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점령군'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M&A는 작업이 성공할지라도 그 사업을 영위할 때 부작용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M&A에 대한 '사전 준비'가 풍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우리 입맛에 맛는 기업이 매물로 나올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그런 매물이 나올 경우 '때'를 놓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M&A 전담팀 수첩에는 세계 M&A 시장의 리스트가 가득 차 있으며, 사전에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해보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기업이 M&A 시장에 나올 경우 스피드 있게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두산이 통 큰 인수가격을 제시하는 것으로 유명해진 이유도 바로 확실한 철학과 철저한 사전준비가 배경이 됐다. 지난 2000년대 초반 과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인수할 당시 외부에서는 기업 가치에 비해 너무 큰돈을 지불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박용만 회장과 M&A팀은 미래가치의 가능성을 확신해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제시했고, 인수된 기업은 후 2~3년만에 투자액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해 우려를 불식시켰다.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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