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당초 朴 게이트 수사 후 사퇴할 계획
전ㆍ현 정권 편파수사 비판 부담 작용
임 총장 "이 시점에서 물러나는 것이 도리"</strong>
임채진 검찰총장이 3일 예상보다 빨리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에서 대표성을 지니고 있던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원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소명 부족'을 영장 기각의 주요 이유로 내세우면서, 천 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구색을 맞추기 위한 부실수사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실제로 법원도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며 무죄 추정의 원칙이 깨질 정도로 강력하게 천 회장의 범행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갖춰져 있지 않다"며 검찰의 영장 청구가 무리였음을 지적했다.
'살아 있는 권력'을 성역 없이 수사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책임론을 정면으로 돌파하려던 검찰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 셈이다.
게다가 검찰이 전(前) 정권 수사는 '먼지털이식'으로 벌여놓고, 현 정권 실세 수사에서는 당초부터 수사 의지가 없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임 총장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임 총장은 당초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마무리 한 후 사퇴할 의지를 내비췄었다.
임 총장이 지난 1일 대검 부장(검사장) 이하 과장(부장검사), 검찰 연구관 등 총 74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정례확대 간부회의에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할 일이 있는데 주변에서 말을 한다고 해서 나가지는 않을 것이고, 할 일을 다했는데 주변에서 말을 한다고 해서 남아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대표성을 지닌 천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 부족'을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기각당하자 사직서 제출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임 총장도 이날 "이 시점에서 물러나는 것이 제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수사 관련 제기된 각종 제언과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여 개선해 나갈것으로 생각한다. 아울러 이미 밝힌 이번 사건 수사의 당위성, 정당성을 존중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 역시 "임 총장은 노 전 대통령 영결식 이후 열흘에서 보름 사이면 수사가 마쳐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번에 천 회장 영장이 기각됐고, 박연 차 게이트 수사 관련자들이 여건이 바뀌어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며 "수사가 당초보다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책임론 공방도 나오고 있어 검찰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 총장은 지난달 25일 반려돼 허영 대검 사무국장이 보관하고 있던 사직서를 이날 오전 10시께 다시 법무부로 돌려보냈다.
이승국 기자 ink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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