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시그널 좀더 주의깊게 살펴봐야..부정적 측면도 많아
생텍쥐베리의 소설 어린왕자를 보면 보아뱀에 관련된 이야기가 등장한다.
어느날 어린왕자가 그린 그림을 보고 주변 어른들은 모두 '모자'를 그렸다고 말하지만, 사실 어린왕자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그린 것이었다.
어른들은 당연히 '모자'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순수한 어린왕자의 의도를 헤아리지 못했던 셈이다.
물론 어른들이 '모자' 그림이라고 생각한 것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요한 것은 같은 그림을 보더라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그 어느 것도 정답은 아니라는 점이다.
글로벌 증시는 말 그대로 환호 분위기다.
전날 일본 닛케이와 토픽스, 홍콩 항셍지수, 중국 상해종합지수, 싱가폴 증시 등 아시아 증시의 대부분이 연고점을 경신했다.
나스닥과 SOX, 러셀2000, 윌셔5000 등 미국 증시를 비롯해 멕시코, 브라질, 캐나다, 러시아 등의 증시도 연일 연고점 행진이다.
지난 새벽에는 S&P500지수 마저 연고점으로 치솟았고, 다우의 골칫덩어리였던 GM과 씨티그룹 대신 시스코시스템즈와 트래블러스가 새로 편입되면서 다우지수 역시 상승 모멘텀을 얻게 됐다.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장 중요한 모멘텀은 바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다.
일부 경제지표에서 경기회복의 시그널이 등장하자 기대감은 더욱 탄력을 받고, 이것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3.1을 기록해 석달 연속 분기점인 50을 넘어섰고, 미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 4월 건설 지출 등 미국의 경기지표 역시 긍정적인 것으로 발표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을 안겨주게 된 셈이다.
하지만 무조건 환호하기에 앞서 좀 더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도 있다.
경기회복 기대감이 등장하면서 주가는 연일 강세를 보였지만, 공포지수라 불리는 VIX(변동성지수)과 VXN(나스닥 변동성지수)는 30선대로 상승했다.
주가는 연고점을 새로 쓰고 있지만 투자심리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자료: 신영증권)
중국의 PMI 지수가 석달 연속 분기점을 넘어선 것은 당연히 긍정적인 점이지만, 5개월만에 하락한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그간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왔던 만큼 하락 자체를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지만, PMI의 추가적인 상승 탄력이 약해질 수 있음은 고려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중국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 의지와 각종 대책에 힘입어 PMI가 상승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산업생산의 회복세가 주춤하고 대외수요가 부진한 만큼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하기는 이를 수 있다.
전날 미 증시에서도 긍정적인 지표에 대해 강하게 반응했지만 사실 우려되는 부분도 있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4월 개인소득은 0.5% 증가했지만 소비지출은 0.1% 감소했다. 저축률은 5.7%를 기록하며 1995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국민들의 지갑에 돈이 들어오더라도 이것을 저축만 할 뿐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느끼는 실질적인 경기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고,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있으니 본격적인 경기회복 역시 지체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긍정적인 지표에 대해서 인정을 해야 하지만, 동시에 흘러나오는 부정적인 지표에 대해서는 귀를 틀어막아서도 안된다.
'모자'라고 생각했지만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그렸던 어린왕자처럼,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경기회복 시그널들은 진정한 경기회복을 의미하는지 다시 한번 고려할 필요가 있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자본시장부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