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코스닥기업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왔던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최근 대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대기업그룹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자금조달 방법으로 애용되기 때문이다. 유휴 부동산 등 자산매각에 나서는 대기업들도 있지만,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확보 방법으로는 단연 BW가 대세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45개 주채무계열 소속 계열사가 BW를 통해 자금조달에 나선 사례는 총 8곳에서 1조3500억원 규모이다. 올해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된 대우차판매까지 포함하면 1조4000억원이 넘는다. 지난해 같은기간 주채무계열 소속사가 BW를 발행된 것은 대한전선 한 곳 뿐이었다.
올해는 특히 대기업 구조조정 이슈가 수면위로 부상한 4월 이후 금호·동부·웅진·대한전선에서 BW 발행이 집중됐다.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는 대기업들이 BW를 통한 자금조달을 선호하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우선 금융시장 상황이 본격적으로 반등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BW는 다른 채권보다 발행조건이 회사측에 유리하다. BW는 채권은 그대로 보유하면서 향후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신주인수권)도 주어져 발행금리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BW는 '분리형'과'비분리형'으로 나뉘는데, '분리형'의 경우 채권과 신주인수권을 나눌수 있어 투자자 유인 효과도 높다. BW와 유사한 주식연계채권인 전환사채(CB)가 가지지 않은 옵션이 부여된 셈이다. 이때문에 최근 대기업이 발행하는 BW는 모두 '분리형'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그동안 BW는 신용등급이 낮아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코스닥기업들이 주로 발행해왔다"며 "그러나 최근 구조조정으로 자금 확보가 필요한 대기업들도 금리로만 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어려워 BW 발행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들이 BW를 선호하는 또다른 이유는 향후 경영권 안정 기능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BW를 산 이후 채권과 신주인수권을 분리해 시장에 내다팔면, 기업들은 신주인수권만 따로 매입해 향후 지배구조 안정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러나 BW를 많이 발행한 기업들은 향후 주식수가 크게 늘어나는 부작용도 있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향후 주가희석화 우려를 면밀히 검토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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