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망] 케케묵은 악재는 약하다?

고용시장 위축 간과할 수 없어..고점 낮추는 장세 지속될수도

최근 다우지수의 흐름이 재미있는 양상을 띄고 있다. 전날 주가가 오르면 다음날은 떨어지고, 그 다음날은 다시 오르는 모습이 벌써 8거래일이나 지속되고 있다. 그 전에는 이틀 오르면 이틀 빠지는 모습을 나타내는 듯 싶더니만 최근 들어서는 하루씩 변심하는 모습이다. 도통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다우지수가 이런 흐름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시장의 방향성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악재가 발견돼 지수가 빠지면, 다음날에는 그에 대한 반발성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반등하고, 다음날에는 기대감이 다시 실망감으로 바뀌면서 또다시 하락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지속중이다. 그런데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어느 순간부터 오르는 폭이 떨어지는 폭보다 크게 둔화됐다. 다우지수나 코스피지수나 모두 저점을 높여가며 반등세를 이어왔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고점을 조금씩 낮춰가는 흐름이 연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단기간의 특성을 가지고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과거 주식시장이 장밋빛 기대감으로 가득차있었다면 최근에는 기대감을 좇기 버거운 현실에 대해서도 조금씩 눈을 뜨고 있음을 고려해볼 때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어느새 여기까지 올라왔나 싶을 정도로 조금씩 저점을 높여왔던 지수가 이제는 조금씩 고점을 낮춰가며 슬그머니 상승분을 반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새벽 뉴욕시장은 반등에 나섰지만 우려감은 여전했다. 고용시장이 여전히 위축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지표가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간 많이 빠진 은행주 위주의 상승세가 연출됐다. 암울한 현실을 드러내는 악재가 눈앞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시장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셈이다. 고용시장이 더욱 악화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크라이슬러가 지난 4월30일 파산보호신청에 돌입했고, GM 역시 6월1일자로 파산보호신청이 사실상 확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에 대한 강도높은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인 것이고, 결국 고용지표는 더욱 악화될 수 있는 시점이다. 물론 고용악화라는 악재가 이미 한참 전부터 나온 케케묵은 악재인 만큼 그 힘이 약해질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무시할 수도 없다. 고용시장은 결국 소비와도 연결되고, 소비는 기업들의 실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기업의 실적발표는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다.
국내증시에서도 비스한 흐름은 나타나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이 급격히 낮아진 만큼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은 그리 좋지 않을 수 있다. 특히 1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무작정 눈높이를 높이기에는 미래가 그리 밝아보이지는 않는다. 우리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왔을 때 든든히 뒤에서 밀어준 것은 바로 외국인이다. 외국인이 국내증시와 거의 유사하게 대응하는 대만증시에서는 갈수록 매도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전날 국내증시에서도 현물 시장에서는 2거래일째 매도우위를 보였고, 선물시장에서는 1만계약 이상의 물량을 팔아치웠다. 물론 선물 시장에서 대규모 매도를 한 뒤에도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지속했던 일도 많았지만, 예전같은 매수 탄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은 사실이다. 시장이 어지럽다. 호재와 악재가 서로 뒤엉켜 어떤 것이 호재이고, 어떤 것이 악재인지 분간도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서로 뒤엉켜있다고 해서 호재가 없다고 폄하하거나 악재가 없다고 지나치게 기대할 수 없는 시장인 것은 확실하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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