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결코 아름답지 않다

[송광섭의 꽃예술과 조경 이야기]

경제적인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 다른 예술 분야와 마찬가지로 끊임없는 노력과 함께 재투자가 병행돼야 한다. 자기 세계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고, 접해야 하는데 여기에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다. 꽃 예술의 새로운 경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화예 선진국의 박람회나 전시회를 둘러봐야 하는데, 1년에 서너 차례 해외에 나가는 것이 여간해서는 쉽지 않다.
꽃 시장 규모도 작다. 졸업-입학철,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 등 가정의 달에 꽃에 대한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1년 중 대목은 두 차례에 불과하다.화예 선진국이 오늘날 꽃예술 분야에서 많은 발전을 이룬 것은 꽃과 꽃예술에 대한 저변이 튼튼하다는 점이다. 우리와는 달리 집들이나 초대를 받는 경우 꽃이나 화분을 선물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특정일을 가리지 않고 연중 꽃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신진세력들에 대한 배려도 취약하다. 꽃꽂이 1세대들이 대부분 60대인 상황에서 2세대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맘껏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 따라서 꽃 예술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당장 눈앞의 이익과 사회적인 지위보다는 긴 안목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작품 제작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사회적인 인식이 확대되고 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끈기와 인내가 필요하다. 어느 분야나 그렇듯 꽃 예술인들 스스로 입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불만을 터뜨리기보다는 새롭고 다양한 사업영역을 개척한다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의지가 절실하다. 꽃 예술분야만 고집하지 말고 실내장식-공간장식-무대 및 매장 디스플레이-실내 조경 등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본인이 모든 것을 조율하려고 하지 말고 다른 분야 전문가들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관련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식의 접근방법이 지혜로워 보인다.
평상시 백화점-레스토랑-파티장-방송국 관계자 등과의 정보 교환은 물론 대인관계의 폭을 넓혀놓아야 한다. 실력은 좋지만 영업력이 떨어지는 사람과 실력은 다소 뒤쳐지지만 영업력이 강한 사람, 소비자들은 둘중 누구를 선택할까.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일을 맡지 못하면 제 실력을 발휘할 기회는 없는 것이다. 지금은 마케팅 능력이 가장 대접을 받는 시대다. 기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를 통한 판매는 한계가 있다.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을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영업능력을 배양해야 냉정한 현실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꽃 예술과 조경과의 만남만일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여성이라면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 조경 분야를 무작정 겁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조경에 대한 이해와 시공 방법을 아는 과정도 쉽지 않겠지만 일단 조경이 무엇인가라는 안목을 갖게 되면 얼마든지 도전해볼 수 있는 분야다. 몇 개월간의 짧은 준비 기간을 거쳐 문을 연 플라워 숍들은 이미 포화상태다. 여러 개를 하려는 욕심보다는 자신의 강점을 적극 부각시킬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세분화, 전문화하는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 모든 분야를 조금씩 다하는 것보다는 특정 분야에서 1인자가 되겠다는 욕심과 야망이 있어야 한다.
나만 인정을 받는 독주체제를 이룩하겠다는 것은 근시안적인 발상이다. 정말 꽃을 사랑하고 이 분야를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시장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 시장이 커지면 자신은 더욱 커지게 되고, 관련 산업이 발전하면서 보다 주목 받는 인물로 대접받을 수 있다. 몇 사람이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시장을 보자. 그들 몇몇은 살아있는 동안 행복할 지 모르지만 사후에 관련 시장은 더 축소되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자신의 노하우도 인색함 없이 나눠줘야 한다. 공개하기 어려운 노하우를 전수받은 후배는 선배의 고마움에더욱 노력해 더 귀중한 자산을 만들 것이고, 선배로부터 받은 것처럼 또다른 후배에게 자신의 지식을 서슴지 않고 전수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누구나 부러워하고 선망이 되는 직업이 시간이 지나면사양 직업 군으로 전락한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어렵다고 느낄 때 새로운 분야에 투신한 사람들은 당분간 어려운 과정을 감내해야겠지만 머지않아 결실을 거둘 수 있는 이치는 꽃 예술분야에도 적용 가능하다. 내년 내후년 결코 짧은 기간은 아니지만 자연에 대한 그리움이 커가고 정부 차원에서 녹지사업을 본격 전개하고 있는 시점에서 꽃 예술과 나무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인정받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송광섭 기자 songbird@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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