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리포트③]칸영화제, 경제적 효과만 수조원

[(칸)프랑스=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칸국제영화제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상징적인 존재의 영화 행사다. 그러나 칸영화제가 세계 영화계에 갖는 의미는 단순히 황금종려상의 향방을 좇는 예술영화들의 경연대회는 아니다. 칸영화제는 예술영화의 축제인 동시에 전세계 상업영화가 교류하고 홍보, 거래하는 장이다. 공식 상영작이 300여편이 넘는 부산국제영화제보다 6분의 1 수준인 50여편을 상영하면서도 칸의 규모가 훨씬 큰 것은 이 때문이다. 13일(이하 현지시간)부터 24일까지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열리는 62회 칸국제영화제의 자체 예산은 사무국에서 발표한 것에 따르면 2000만유로에 이른다. 환율을 1유로에 1700원으로 잡으면 340억원에 해당한다. 부산국제영화제가 90여억원, 전주국제영화제가 30여억원의 예산으로 진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칸 예산에는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후원사로 참여한다. 올해는 항공사인 에어프랑스, 르노자동차, 방송사 카날 플뤼, 화장품 브랜드 로레알 등 17개 기업 및 단체다. 세계 경제 불황으로 지난해 22개보다 5개 업체가 줄었다. 한국 기업으로는 3년째 LG전자가 참여하고 있다. 칸영화제의 규모는 공식 상영작이 아닌 마켓 상영작 수로 판단할 수 있다. 지난해 칸 마켓에서 상영된 작품 수는 1004편으로 공식 상영작의 20배에 달한다. 지난해 칸을 다녀간 취재진은 84개국 4268명이었으며 필름마켓에 300유로를 내고 참가한 영화 바이어 및 마케터는 100여개국 2만 5000여명에 이른다. 황금종려상이나 여우주연상과는 상관 없이 칸 해변가에 늘어선 부스는 영화 세일즈에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 1제곱미터당 대여료만 약 1000만원이니 1개 부스당 약 1억원을 지불하는 셈이다. 영화제 측으로서는 마켓 부스만으로도 예산을 뽑아낼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칸의 경제적 효과는 영화제와 마켓을 방문한 모든 사람들이 현지에서 쓰는 비용으로 산출할 때 보다 분명해진다. 칸 영화제를 찾는 영화 관계자는 3~4만명이고 관광객까지 포함하면 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제 기간에는 숙박업소와 식당들이 대체적으로 특별요금을 받는다. 해변가 호텔은 최소 체류기간을 12일로 요구한다. 1인당 지출 비용을 최소 200만원으로만 잡아도 4000억원이 지역 경제로 돌아간다. 영화제 기간에는 저가의 임대 아파트와 호텔은 물론이고 최소 12일 투숙 조건으로 수천만원을 지불해야 하는 고급 빌라와 고급 호텔도 대개 2~3개월 전에 예약이 꽉 찬다. 마제스틱 호텔은 12일 기준 최소 9600달러(약 1197만원)이고, 투숙객 감소로 하룻밤 예약을 받아들인 칼튼 호텔은 1일 숙박비가 최소 970달러(121만원)에 달한다. 칸 방문자들이 지역에 뿌리는 숙박비만 해도 수천억원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 매일 밤 칸에서 이어지는 파티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해 일본의 종합 엔터테인먼트회사 에이벡스가 마련한 파티는 40억원에 이르는 초호화 행사로 화제를 모았다. 고급 호텔이나 선상에서 벌이는 억대 파티는 이외에도 거의 매일 밤 이어진다. 이처럼 칸 국제영화제가 거둬들이는 직·간접적인 경제 효과는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칸 관계자들은 전세계적인 경제 침체와 신종 인플루엔자로 인해 올해 예년보다 칸을 찾는 방문자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달 전까지 칸 해변가의 주요 호텔에 예약이 마감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국내 영화업계도 칸영화제에 쓸 비용을 최소화시켰다. 모 영화 수입업체는 매년 2~4명씩 직원을 칸에 보내던 것을 올해는 1명으로 줄였다. 이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칸영화제 측도 올해는 방문자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크게 우려하고 있지는 않는 눈치다. 세계 경제의 불황 속에서도 칸의 경제는 늘 활짝 웃었기 때문이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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