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기획]62회 칸 경쟁부문 20편 집중분석, '박쥐' 수상 가능성은?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전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62회 칸국제영화제가 13일(현지시간)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업(Up)'과 함께 개막한다. 한국영화로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이창동 감독의 '밀양' 이후 2년 만에 장편 경쟁부문에 진출한 가운데 전세계 각국에서 모인 20편의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올해 작품들의 경향을 집중 분석하는 한편 '박쥐'의 수상 가능성을 미리 점쳐본다. ◆ 유례 없는 거장들의 치열한 각축전 올해 경쟁부문에 진출한 영화는 총 20편이다. 스무 명의 감독 중 칸 장편 경쟁부문에 처음 초청된 사람은 스페인의 여성감독 이사벨 코이셋뿐이다. 이미 칸 레드카펫을 밟았던 19명의 감독 중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적이 있는 감독은 총 네 명이다. 덴마크의 라스 폰 트리에, 미국의 쿠엔틴 타란티노, 영국의 켄 로치, 뉴질랜드의 제인 캠피언은 모두 한 차례씩 황금종려상을 받은 바 있다. 그중 켄 로치 감독은 이번을 포함해 총 9번,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8번이나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이탈리아의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도 6번째로 황금종려상을 노린다. 올해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된 이자벨 위페르 주연의 '피아니스트'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바 있는 독일 출신의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다섯 번째 경쟁부문 초청장을 받았다. 이외에도 칸에서 감독상과 각본상을 한 차례씩 수상한 바 있는 스페인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베를린과 베니스에서 각각 두 차례씩 황금곰상,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대만 출신의 이안, 프랑스 누벨바그의 거장 알랭 레네, 대만의 차이밍량, 중국의 로우 예, 프랑스의 자크 오디아르와 가스파 노에, 홍콩의 두기봉 등이 포진해 있다. 그야말로 거장들의 각축전이다.

알랭 레네의 '와일드 그래스'

◆ 프랑스의 자존심 회복과 아시아 감독의 도약 올해 유난히 눈에 띄는 점은 프랑스 영화와 아시아 영화의 급부상이다. 예년에 비해 미국 영화가 줄어들고 남미와 아프리카, 동유럽 영화가 전무한 가운데 62회 칸영화제 장편 경쟁부문은 서유럽과 아시아의 영화들의 대결로 압축된다. 그중 지난해 로랑 캉테의 '클래스'로 황금종려상을 차지한 프랑스 영화가 올해는 총 네 편으로 단일국가로선 가장 많은 출품작을 기록했다. 노장 알랭 레네와 젊은 감독들인 자크 오디아르, 가스파 노에, 하비에르 지아놀리가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특히 29년 전 '나의 미국인 삼촌'으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후 처음 칸 경쟁부문에 초청된 알랭 레네는 87세의 고령으로 노익장을 과시했다. 미국 연예전문지 버라이어티는 올해 칸 경쟁부문 상영작들을 가리켜 "최근 몇년간 라인업 중 가장 묵직한 헤비급"이라고 평했다. 버라이어티는 또 "아시아 영화들이 올해 강한 존재감을 보인다"며 박찬욱 감독의 '박쥐'를 가장 먼저 꼽았다. 할리우드 배우들과 영어로 작업한 미국영화 '테이킹 우드스탁'의 이안 감독을 포함한다면 차이밍량, 두기봉, 로우 예 그리고 필리핀의 브리얀테 멘도자까지 여섯 명의 아시아 감독이 포진해 있다. 칸의 사랑을 받아왔던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공기인형'이 주목할만한 시선으로 밀려난 점만 봐도 올해 아시아 영화들의 쟁쟁한 파워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 박찬욱 감독 '박쥐', 수상 가능성은? 장편 경쟁부문 상영작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에서 '박쥐'의 수상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지만 '박쥐' 자체의 완성도를 놓고 보면 수상 가능성이 희박하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일부 언론에서는 걸작이라고도 하고, 일부 관객들은 '쓰레기'라고 할 정도로 '박쥐'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평론가들은 대체로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국내 평론가들의 리뷰를 종합해보면 박찬욱 감독 최고의 작품이라 할 수는 없지만 '친절한 금자씨' 정도의 완성도는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가장 수상 가능성이 높은 부문은 남우주연상이다. '밀양'에 이어 두 번째로 칸 경쟁부문에 초청된 송강호는 '살인의 추억' '괴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으로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박쥐'에서도 뱀파이어가 된 뒤 육욕에 사로잡힌 성직자의 고뇌를 훌륭히 소화해 수상 가능성이 무척 높다.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연기상을 받은 배우가 '씨받이'의 강수연과 '밀양'의 전도연 등 여배우들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남자 배우로는 최초가 될 송강호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것이다. 62회 칸국제영화제 수상자는 오는 24일 오후(현지시간) 발표된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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