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30일 밤 늦게 국회 본회의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법이 통과됐다.
이날은 임시국회 마지막날이었다. 이날도 상임위 처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야당의 반발에 법사위 통과도 불투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법안이 처리된 것이다.
이로써 1993년부터 오랜동안 이어져온 주공과 토공 통합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오랜 숙원은 풀리게 됐으나 이를 지켜보던 직접 당사자인 토공 임직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무엇보다 이종상 토공 사장(<strong>사진</strong>)은 그동안 묵직하게 짓누르던 마음의 짐을 벗은 직후 법안처리 과정을 지켜봤다는 후문이다.
토공노조가 법안 처리 당일 오후 3시경 조건없이 통합을 수용하겠다고 전격 발표한 덕분이다.
이 사장은 불과 법안 처리 몇시간 전만 해도 노조가 통합반대 의지를 굽히지 않아 토공의 CEO로서 난감하기 짝이 없는 처지였다.
통합방향이 확정된 이후 선임된 사장으로서 통합법안 처리를 코앞에 두고서도 내부의 반발을 무마하지 못해 낯을 들기조차 어려웠던 것이다.
사장 취임 직후부터 노조의 반대 목소리를 매일 접한 이 사장은 이날 오후 늦게 법안처리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속을 끓이며 노조의 태도변화를 애타게 기다렸다고 한다.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의 대화를 나누며 공감대를 넓혀 왔기에 기대도 가능했다.
이에 화답하듯 노조는 태도를 바꿨다. 노조는 "조직 이기주의라는 지탄과 사회 일각의 곱지않은 시선속에서도 공기업 직원으로서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 믿어 왔다"고 그간의 반대이유를 지적한 뒤 "통합문제는 정부와 국회에 맡기고 4대강 살리기, 녹색뉴딜사업, 해외신도시 등 국가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고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총력 매진하여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사실 토공 노조는 그동안 야외 집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통합이 졸속정책의 산물이며 부작용도 만만찮을 것이라며 반발해왔다.
휴가를 내면서까지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집단시위를 벌이기도 했고 국회의원들을 설득하러 다니기도 했다.
통합논의가 속도감 있게 이뤄지면서 토공이 이전할 지역인 전북도가 지방이전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 반대 목소리를 내 왔지만 사실 토공 노조의 결사적인 태도와는 비교되지 않았다.
본사 사옥을 반대 주장으로 도배하고 매일 집회를 가지며 통합반대 의견을 표출했다.
이랬던 노조가 극적으로 정부정책을 무조건 수용한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여기에는 이종상 사장과 경영진은 물론 노조가 다 함께 토공의 기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봉환 토공 노조위원장은 법안이 통과된 다음날 전화를 통해 "이종상 사장은 취임후 10개월여 동안 통합과 관련해 (노조반대로 인해)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며 "수차례 대화를 통해 확고한 국가관 속에서 공기업으로서의 역사적 소명의식으로 통합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음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수시로 가진 임직원간 대화를 통해 얻은 신뢰관계가 쉽지 않은 결단을 이끌어낸 것이다.
고 위원장은 "통합된 회사가 세계적인 부동산 관련 기업으로 발전해 나갔으면 하는 소망은 임직원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라 말하고 "이런 취지에서 통합반대 입장을 철회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안 처리가 임박한 상황에서 끝까지 반대 목소리를 낼 경우 토공의 입지가 더욱 좁아들 가능성이 높다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었던 듯 보인다.
토공 관계자는 "이종상 사장이 더이상 내부의 반대를 막지 못할 경우 통합과정에서 더욱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몇개월째 노조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들여 얻은 이종상 사장 등 토공 임직원의 신뢰관계가 주공과 토공의 통합 과정에서 적잖은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그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소민호 기자 sm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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