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고재완 기자]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SBS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극본 김순옥·연출 오세강)이 1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아내의 유혹'은 막장드라마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청률로 관계자들을 즐겁게 했다.
◆막장 드라마라도 상관없다?
이렇게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을 많이 받은 작품도 드물다. 실제로 '아내의 유혹'은 내용 자체도 죽었던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일은 다반사이고, 점을 붙였다고 사람을 못알아본다든지, 방송 내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든지, 여러가지 비판거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아내의 유혹'이 막장드라마라고 비판 받는 핵심적인 이유는 '리얼리티 부족' 때문이다. '아내의 유혹'은 마치 드라마판 '사랑과 전쟁'을 보는 듯 방영 초반 겁탈에 의한 결혼과 남편의 불륜, 고부 갈등이 이야기의 축을 이뤘다.
또 회가 거듭되면서 죽었던 구은재(장서희 분)가 살아돌아오고, 살아돌아온 구은재를 몰라보는 정교빈(변우민 분)의 가족들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또 냄비로 맞았다고 정신을 잃은 강재(이준용 분)나 점을 지우고 나타났다고 "귀신이 나타났다"고 소리지른 백미인(금보라 분), 천지건설의 회장에서 경비원으로까지 추락했다 부활하는 정하조(김동현 분) 등 어느 하나 현실적인 구성이 없다.
배우들의 열연이 아니었다면 시청자들이 코웃음을 칠 내용이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주인공 장서희는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정말 고생하고 노력해서 촬영하는데 막장드라마라고 하니 속상하다"며 "정말 우리 드라마가 막장드라마라면 그렇게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봐 주시겠느냐.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다소 과도한 표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드라마이니까 그냥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내의 유혹'이 막장드라마라고 비판 받는 것은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고생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용의 현실성이 떨어져서"라는데 의견을 같이한다.
SBS '아내의 유혹'
◆최고 인기 드라마면 됐지~
이같이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을 받아오면서도 '아내의 유혹'은 줄곧 다른 드라마에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시청률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아내의 유혹'은 13주 동안 전체 시청률 1위를 차지했고 일일극으로는 16주동안 1위를 놓치지 않았다.
평균 시청률은 26.9%(전국기준)로 1992년 이후 18년간 역대 SBS 일일 드라마 중 1위, 방송사 전체 일일 드라마 중 14위를 기록했다.
지난 2월 19일 무려 37.5%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2월 12일 19시 28분대에는 순간 시청률은 45.7%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은 교빈(변우민 분)과 애리(김서형 분)의 이혼 후, 소희(장서희 분)가 교빈에게 내일 당장 언약식을 하자고 말하는 대목이다.
또 지난 달 3일 19시 45대에는 44.5%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장면은 소희가 교빈의 집에 살게 된 이후, 교빈의 동생이 은재와 자신만 알고 있던 생강차를 꺼내주자 소희를 의심하는 대목이다.
이같이 비판 속에서도 '아내의 유혹'이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방송 관계자들은 "답답한 현실에서 탈출시켜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는 일이지만 '속시원하게' 복수를 해주기 때문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몇몇 전문가들은 "'아내의 유혹'은 판타지 드라마"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이유야 어찌됐든 '아내의 유혹'이 큰 성공을 거둠에 따라 드라마 제작에 종사하는 이들은 큰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시청률을 위해 막장 드라마라도 상관 없을까' 아니면 '시청률을 포기하더라도 현실성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야 하나'에 관해서 말이다. 물론 시청률을 포기하는 것은 큰 모험일 수 밖에 없다.
고재완 기자 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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