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일 발표한 '해운업 구조조정 및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업계와 시장은 해운산업의 구조조정과 재무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효과적이고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현재 진행중인 신용위험평가의 강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민간자금이 대거 투입되는 선박펀드의 시장성 확보도 풀어야할 숙제다. 세계단일시장인 해운산업의 특성상 업황 회복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단기효과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관건이다.
정부가 선박펀드(4조원)와 각종 금융지원(4조7000억원)으로 총 8조7000억원의 자금을 해운관련 산업에 투입키로 한 것은 시장이 예상한 규모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이를 통해 1척당 400억원 안팎의 중소형선박 100여척을 사들인다는게 정부의 복안이다.
선박펀드 외에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조선사와 해운사에 총 4조7000억원을 지원한다. 이 가운데 조선사에 제작금융 지원으로 들어가는 3조7000억원은 이미 수출입은행의 연간게획에 포함됐던 내용이며, 해운사에 지원하는 1조원이 새롭게 포함됐다. 지원대상은 강제절단(스틸커팅) 공정이 시작된 선박부터다.
업계는 일단 정부의 대책을 환영하고 나섰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선박금융 부분이 얼어붙어 돈이 돌지 않았던 것인데 이번 정책을 통해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선장ㆍ선원 등의 필요한 모든 것을 완비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보통 용선과는 달리 선박만을 용선하는 것) 선박의 경우 바로 현금화가 가능해 유동성 확보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구조조정 관련해 떠돌던 무성한 소문으로 인해 형성됐던 해운산업에 대한 불안심리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해운업 구조조정이 원활히 추진되고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과제도 산적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현재 채권은행들이 진행중인 해운사에 대한 신용위험평가 결과가 최대 관건이다. 채권은행들은 여신규모 500억원 이상인 38개 해운사를 대상으로 이달말까지 신용평가를 마무리하고, 나머지 140여개 소규모 해운사에 대해서는 6월말까지 평가를 완료한다. 평가 결과 C등급과 D등급 판정을 받은 곳이 구조조정 대상이다.
정부는 글로벌 경쟁에 노출된 업종 특성을 반영해 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일부에서는 금융권의 부실평가 우려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선박펀드를 통해 얽히고 설킨 용대선체인을 중간에서 끊어주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신용위험평가 결과가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총 4조원 중 75%인 3조원이 민간자금으로 조달되는 선박펀드의 시장성 확보도 숙제다. 금융기관 채무조정 과정에서 정부와 금융기관의 이견이 얼마나 조율될지, 선박 매입 가격에 대한 업계의 입장이 어떻게 반영될지 등도 난제로 꼽힌다. 정부와 캠코는 시가 매입 원칙을 재차 강조하고 있지만, 업계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국내 차원의 구조조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중요한 대목이다. 송재학 팀장은 "정부의 이번 대책은 당장 어려운 부분에 손을 댄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세계단일시장인 해운업종의 수요와 공급 문제가 개선돼한다"고 말했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안혜신 기자 ahnhye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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