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발사]북한이 로켓에 담아 쏘아올린 것은…

대미 직접 협상용 … 한국과 우주경쟁 의도도

북한의 로켓 발사가 임박했다는 4일까지만 해도 미국을 비롯한 세계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바라보는 일이었다. 북한이 5일 오전 11시 30분 15초 로켓을 발사한 직후 각국의 반응은 신속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현실적 제재 수단이 없다는 게 세계의 고민이다. ◆각국 반응 신속 … 제재 수단은 '글쎄'=북한의 로켓 발사로 대외 정책에서 처음으로 도전을 맞게 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동유럽 순방 마지막 기착지인 체코공화국 프라하에서 성명을 내고 북한의 로켓 발사를 '도발적 행위'라고 전제한 뒤 "북한은 국제 의무를 외면하고 스스로를 국제사회로부터 더 고립시켰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북한의 행동이 유엔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일본도 북한 로켓 발사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조지 부시 대통령 당시인 지난 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이와 유사한 제재를 가했으나 장기적 효과는 별로 없었다. 북한은 유엔이 새롭게 제재하려 들 경우 6자 회담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로켓은 북한의 유일한 카드= 북한은 핵개발 프로그램을 외교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북한은 핵개발 프로그램으로 조지 부시 대통령 집권 당시 테러 지원국 블랙 리스트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국제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ICG)의 대니얼 핑크스톤 동북아시아 사무소장은 "북한이 노리는 것은 이번 로켓 발사로 미국을 직접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분석한 뒤 "미국은 이번에도 협상 테이블로 나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로켓 발사 시험에는 정치적 목적도 담겨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부시 정부 당시 6~7기의 핵무기 포기 대가로 중유를 얻어내고 주요 원자로 가동 중단 대가로 원조를 얻어내려 협상했다. 이번 로켓 발사는 오바마 정부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의도로도 풀이된다. 이처럼 북한은 지난 수년 동안 이른바 '벼랑 끝 전술'로 미국으로부터 원조 및 에너지를 더 얻어내곤 했다. ◆ICBM 개발 및 로켓 수출= 몇몇 전문가는 북한이 위성을 쏘아 올려도 소기의 군사적 목적은 달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이든 미사일이든 발사체 원리는 비슷하기 때문이다. 위성 발사가 성공할 경우 미사일 시험 발사의 길이 열릴 수 있는 것이다. 통일연구원 국제관계연구실의 최춘흠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기 전 "북한은 이번 로켓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활용하려 들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북한으로서는 수만km까지 비행할 수 있는 다단계 로켓 발사 능력을 과시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내열성 소형·경량 핵탄두를 개발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과정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런 핵탄두를 개발하려면 아직 수년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핵탄두를 소형화하고 시험을 무사히 끝내기까지 보통 수년이 걸린다. 북한의 미사일은 몇 안 되는 짭짤한 수출 품목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이란·시리아·파키스탄 모두 북한 미사일 기술의 주요 고객 국가다. 이번 장거리 테스트가 성공작으로 판명될 경우 북한은 국제 암시장에 좀더 매력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려 들 게 뻔하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자리잡은 민간 연구소 참여과학자연맹(UCS)의 데이비드 라이트 수석 연구원은 "북한 로켓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위성 무게가 100kg, 궤도는 400km 상공에 해당할 것"이라며 "탄두 미사일로 사용될 경우 탄두 무게 1000kg, 사정거리 6000km로 미국 알래스카주 일부 지역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미 국가정보국(NDI)의 데니스 블레어 국장도 지난달 "북한이 로켓 발사로 노리는 것은 ICBM 개발 능력"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北 후계 기반 다지기용=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국·일본과 맞서는 것은 북한 내에서 자신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함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북한의 로켓은 그야말로 다목적용이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후계 구도까지 염두에 두고 내부적으로 체제 결속력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998년 북한은 이른바 '위성 발사'로 김 위원장의 최고 권좌 등극을 세계 만방에 과시하려 했다. 하지만 위성의 흔적은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위성 발사 최종 단계에서 북한이 실패한 것으로 판단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로켓 시험으로 자신이 북한을 완전 통제하고 있으며 미사일과 핵 개발 프로그램도 여전히 진행 중임을 과시하려 들었을 것이다. ◆한국에 대응한 우주 경쟁용= 많은 전문가가 북한의 로켓 발사를 군사적 측면에서 보고 있는 한편 일각에서는 한반도의 정치적 라이벌 관계라는 면에서 조명하고 있다. 지난 수년 동안 한국은 위성을 우주공간에 쏘아 올렸다. 현재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 건설 중인 나로우주센터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올해 6월로 예정됐던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KSLV-1 발사가 7월 말로 연기됐다. 북한으로서는 호기가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민간 군사연구소 글로벌시큐리티닷컴의 팀 브라운 수석 연구원은 "북한이 한국을 앞지르기 위해 경쟁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5일 오후 3시 28분 "운반로켓 '은하 2호'로 인공지구위성 '광명성 2호'를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북한의 로켓 발사가 성공작으로 판명될 경우 한국 과학계에 잔잔한 파문이 일게 될 전망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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