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적인 이사회로 정평이 나있는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최근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변보경 코오롱아이넷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 건으로 안팎이 시끄러웠기 때문.
문제의 발단은 이달 임기만료를 앞둔 변 이사가 경영하는 코오롱아이넷이 KB금융지주의 자회사인국민은행으로부터 기업대출을 받고 국민은행에 용역을 제공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부터다.
변 이사가 국민은행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외부 시선은 당연지사.
그러나 변 이사는 지난 1월 KB금융 이사회에서 연임과 관련한 투표애서 과반수를 얻어 연임에 성공해 오는 27일 주총통과만을 남겨놓고 있다.
정작 KB금융의 사외이사는 무사 통과된 반면 이 문제는 타 금융지주사로 번져나갔다. 신한지주가 지난달 사외이사 12명 가운데 5명의 기업인 출신의 사외이사를 물갈이한 것.
금융당국이 금융지주회사의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에 대해 특별점검을 한 것과 관련이 깊다는 게 정설. 실제 퇴임한 신한지주 사외이사들도 모두 신한은행과 대출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금융지주회사법 38조와 시행령 17조를 보면 '지주회사의 자회사 등과 대출거래가 있는 기업과 특수 관계에 있는 등 특정 거래기업의 이익을 대변할 우려가 있는 사람은 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엄격히 적용하면 은행과 조금이라도 대출 거래가 있는 기업의 경영인은 사외이사가 될 수 없는 셈이다.
그러나 금융지주사법 40조와 시행령 19조항에는 해당 '금융지주회사'와 매출 총액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단일 거래계약을 체결하거나 대출 총액이 자본금의 10% 이상인 법인의 상근 임원직은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금융지주회사'로만 한정해 놨기 때문에 자회사인 은행 등과 거래계약을 체결하면 문제가 되지 않아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애매모호한 금융지주사 법이 대주주 전횡 방지가 주 목적인 사외이사 제도를 흐리게 하고 있는 셈이 됐다.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국내 금융권의 부실이 우려되는 이때, 관련 조항의 정비를 통해 사외이사 견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 여지가 없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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