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재판 진행ㆍ배당.."관여한 것으로 볼 소지 있다"
위헌제청 발언..개인적인 의견표명 수준
즉결 양형 개입ㆍ영장기각 사유 지시도 "없었다"</strong>
대법원 조사단은 16일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의혹 조사 결과 발표에서 재판 진행 및 배당에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위헌제청 발언ㆍ촛불사건 즉결 양형 개입ㆍ영장기각 사유에 등에 관한 의혹에서는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내렸다.
◆"재판 진행 관여로 볼 소지" = 조사단은 우선 신 대법관이 "촛불 재판 진행에 관여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신 대법관은 지난해 10월13일 촛불 사건 담당 한 재판장과의 휴대전화 통화에서 "시국이 어수선할 수 있으니 사건 피고인에 대한 보석을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그는 또 같은 날 오후 형사단독판사 14명이 참석한 회의에서는 "위헌제청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판사가 위헌제청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재판을 진행하지 않는 것은 법 위반으로 잘못이며, 합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판사들의 눈치를 보거나 분위기에 휩쓸려 재판을 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 대법관은 이어 촛불사건을 담당한 형사단독 판사들에게 10월 14일, 11월6일, 11월24일 등 3차례에 걸쳐 "현행법에 따라 통상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라"는 내용의 메일도 보냈다.
조사단은 이에 대해 "재판장에게 전화를 걸어 특정 사건의 보석재판에 관해 언급을 한 것은 재판 내용에 관여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조사단은 또 이메일에 대해서도 "메일 문맥상 합헌ㆍ위헌의 구별없이 재판 진행을 독촉하는 의미로 읽힐 수 있는 메일을 반복적으로 보냈고, 실제 그와 같은 취지로 이해한 법관들이 일부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재판 진행에 관여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배당 의혹.."사법행정권 남용" = 조사단은 배당 의혹과 관련해서는 "사법행정권의 남용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근무할 당시 형사단독 사건으로 접수된 촛불사건은 모두 106건으로, 이중 62건은 일반 전산방식으로 무작위 배당됐고, 25건은 일부 재판부로 범위를 지정해 전산으로 무작위 배당됐다.
나머지 19건은 재판부를 특정하는 방식으로 전산배당됐다.
허만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이에 대해 "단독판사들의 경력, 사건 부담의 불균형, 당시 언론에 거론된 재판부 및 수석부 배석과 공보관 등 언론 접촉이 잦은 판사들에 배려 등을 감안해 범위를 지정해 배당하는 방식을 활용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허 부장 스스로도 "일부 사건에 대해서는 배당기준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못했다"고 시인했고, 일부 사건에 대해서는 지정배당한 합리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조사단은 이에 따라 "재판부 지정 기준이 모호하고 일관되지 못한 점, 지정배당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사건배당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고, 배당은 배당 주관자의 임의성이 배제되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는 배당예규의 취지를 벗어나는 사법행정권의 남용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위헌제청 자제 발언 "재판 관여 아니다" = 조사단은 신 대법관의 위헌제청 자제 발언은 개인적인 의견표명 수준이라고 결론지었다.
조사단은 조사 과정에서 신 대법관이 야간집회 금지에 관한 집시법 조항과 전기통신기본법에 대한 위헌제청신청 이후 형사단독 판사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미국 대법원의 예를 들면서 사법부가 흔들릴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위헌제청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 등의 발언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조사단은 "모임의 성격, 발언 경위 등에 비춰 개인적인 의견표명의 수준을 넘는 재판 관여로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결 양형 개입 '없었다' = 조사단은 또 신 대법관이 촛불사건과 관련해 법원장이나 허 수석부장이 구체적으로 구류형을 선고하라고 지시하거나 요구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선고유예는 적절치 않다거나 벌금을 내게 하는 것이 어떠냐는 취지의 발언 했다는 진술에 대해서도 적정한 양형을 도모하라는 일반적인 수준을 넘는 재판 관여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영장기각 사유 지시 없었다 = 조사단은 신 대법관이 촛불사건과 관련해 영장기각 사유를 소명부족으로 기재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었으며, 단 2008년 7월13일 뇌물 사건 영장기각 사유에 관해 담당판사와 공보관이 의견을 나눴던 내용이 촛불사건과 연계돼 와전된 것으로 결론냈다.
조사단은 또 신 대법관이나 허 부장이 담당판사에게 국가보안법 판결 관련 선고를 연기하라고 요구한 적도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승국 기자 inklee@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이승국 기자 ink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