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국민이 필요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
여의도 어느 정치인의 구호가 아니다. 통신공룡 KT 이석채 사장의 발언이다. 직설적인 이석채 사장의 화법이 연일 화제다. KT-KTF 합병 추진이라는 중차대한 상황에서 그의 입담은 거침이 없다.
이 사장은 최근 한 방송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 '국가'라는 단어를 무려 10여번이나 사용했다. 이석채 사장은 KT-KTF 합병을 왜 추진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며 "국가와 국민이 필요한 것을 선택했다"고 합병의 정당성을 설파했다.
KT-KTF 합병을 'IT강국'과 등치시키는 노련한 입담도 과시했다. 이 사장은 IT강국이 위기라는 지적에 대해 "우리 국민의 역량으로는 IT강국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KT-KTF 합병이 한국의 기업이나 국민들이 IT지수를 올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민' '국가' 'IT 강국' 등 감성을 자극하는 어휘를 구사하며 KT-KTF 합병의 정당성을 역설하는데 온갖 정성을 쏟는 것처럼 보였다.
지난 달 25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 사장의 직설화법은 유달리 빛을 발했다. 이 사장은 "외국 투자자들이 정부 규제를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정부 규제에 대한 불안감이 외국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며 '위기론'을 강조했다.
이는 KT-KTF 합병과 관련해 방통위가 KT의 필수설비 분리를 검토하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간다고 판단한 데 따른 일종의 대응전략이었다.
결국 그의 위기론은 통했다. 이 사장이 '위기'를 강조한지 몇 시간 뒤 공정거래위원회는 KT-KTF 합병에 대해 '조건없는 승인'으로 화답했다. 치밀한 계산과 감성을 자극하는 이석채식 화술의 승리였던 셈이다.
이 사장의 화법은 극적이고 직설적인 만큼 아군과 적군의 평가가 극명하게 갈린다. KT 관계자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시원시원하고 정곡을 찌른다"며 CEO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숨기지 않았다. 반면 경쟁사들은 "이 사장의 말을 듣고 있으면 그가 정치인인지 기업인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KT는 오는 27일 임시주총을 열어 KT-KTF 합병을 공식 선언한다. 합병 D데이는 5월18일이다. '국민을 위한 기업' 'IT 강국을 되살리겠다' 등 그의 호언장담이 현실로 이뤄질지, 아니면 요란한 정치적 수사에 그칠지 이석채호 KT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보과학부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