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끝났으니 전화 끊어라' 구청 홍보과장의 야박한 프라이버시

구청 홍보과장의 업무시간은?

“업무시간이 지났는데요...저도 프라이버시가 있으니...” 최근 오후 9시경 전화를 한 기자에게 업무 시간이 끝났으니 전화를 끊어달라는 한 서울시내 한 구청 홍보과장의 멘트다. 오후 9시면 홍보과장으로서 퇴근을 했을 수 있지만 전화에 답하기 어려울 정도로 늦은 시간은 아닐 것이다. ‘2009년 2월 20일 현재 서울 한 구청 홍보과장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인가를 의심하곤 했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나 홍보업무 책임자는 그 기관을 대표하는 매우 중요한 사람이다. 청와대도 대변인이 대통령을 대신해 그날의 중요 사항을 언론에 브리핑하고 국민들은 대변인 발표를 통해 ‘구중심처’ 높으신 분의 뜻을 읽게 된다. 물론 민간 기업도 홍보책임자는 기업을 알리는 대표적인 창구로 막강한 역할을 하는 자리다. 이처럼 대변인은 기관장을 대신해서 주요 업무를 알리고 설명하는 사실상 ‘1인자의 그림자’ 혹은 ‘기관의 실질적인 2인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이 때문에 홍보책임자는 기관장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아는 실세가 맡는 경우가 많다. 중앙정부 공보관 출신으로 잘 된 사람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장관은 재경부 공보관 출신이다. 교육부총리와 재경부총리를 역임했던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도 재경원 공보관 출신이다. 산자부 장관을 지낸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도 재경원 공보관을 지냈다. 서울시에만 봐도 박성중 서초구청장이 서울시 공보관을 지내는 등 공보관 출신은 관료사회에서 ‘출세코스’를 달리는 자리다. 홍보책임자들이 이처럼 관료사회에서 출세가 보장된 자리가 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그만큼 업무 강도가 높고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시 25개 구청장들은 독립적인 홍보과를 만드는 등 홍보업무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특히 강남구,서초구,송파구,성북구,강북구,구로구,중구,서대문구,금천구,강동구,노원구,관악구,은평구 등은 독립적인 홍보과를 만들어 나름대로 치열한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홍보책임자로서 자질을 의심케하는 대응자세로 얼마나 그 일을 수행해낼지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직원이 1200~1300여명, 예산 3000억원을 넘는 적지 않은 구청의 홍보책임자다. 그런데도 홍보과장이 이런 기본적인 컨셉트를 가지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하면 그 구청 직원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홍보을 맡는 사람은 사실 업무 시간 개념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늦은 시간이든 새벽이든 일이 생겨 출입기자들이 전화를 하면 곧 바로 상황을 알려주고 기관의 입장을 전해야 한다. 서울시내 한 구청 홍보과장은 “홍보과장이 업무 시간이 끝났다며 기자에게 업무 시간에 전화하라고 말한 홍보과장이라면 대한민국 232개 자치구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구청 홍보과장으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상을 갖는 홍보과장이 있는 해당 구청의 앞날이 걱정이 아닐 수 없어 보인다. 박종일기자dream@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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