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이혜린 기자]디지털싱글이 국내 음반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가수와 소속사 간의 계약서에는 앨범 몇장을 비롯해 싱글 몇 장이라는 조항이 마련돼 있고, 디지털싱글을 잠깐 쉬어가는 프로젝트로 생각하던 가수들도 이제 이를 본격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적은 돈으로 손쉽게 낼 수 있는 디지털 싱글은 가수들이 큰 위험부담 없이 기발한 신곡을 내는 루트로 각광받고 있는 상황. 그러나 이같은 일회성 조합은 가수들의 위상을 약화시킨다는 문제점도 내포하고 있다.
# 디지털싱글, 기발한 프로젝트 활성화
디지털싱글은 제작자가 얼마나 투자하느냐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로 드는 작업이다. 100~200만원으로도 만들 수 있다는 제작자가 있는가 하면, 홍보 마케팅 정도에 따라 천만원 단위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유연해진 제작 환경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바로 싱글 제작 돌입이 가능케 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디지털 싱글은 프로젝트 붐이다. KBS '1박2일'로 인기를 모은 개그맨 이수근이 '갈 때까지 가보자'를 발표했고, 주현미와 소녀시대 서현이 트로트곡 '짜라자짜'를 발표한다.
또 해체한 댄스그룹 샵의 이지혜와 장석현이 다시 뭉쳐 '사랑 100%'를 불렀으며, 코요테의 신지, 타이푼의 솔비가 듀엣으로 더 신비를 결성, 발라드곡 '주인공'을 내놨다. 휘성은 팝스타 크렉 데이빗의 곡 '인섬니아'의 한국어버전을 불렀다.
리스크가 큰 정규앨범만 가능한 시장이었다면, 쉽게 도전하지 못했을 만한 프로젝트들이다.
가수들의 생각도 바뀌었다. 기존 디지털싱글이 이벤트 개념이었다면, 이제는 제대로 수익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인식이다. 지난해 MC몽과 함께 부른 '매력쟁이'를 발표한 가수 린은 "디지털싱글은 보통 발표만 하고 차트 체크 정도만 하는 편이었는데, 이제 디지털싱글의 영향력도 커져서 관련 인터뷰 등 홍보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휘성도 팝가수와의 독특한 프로젝트인만큼 단기간이나마 방송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 너도 나도 디지털싱글, 자조적 목소리 높아져
그러나 몇몇 사례를 제외하곤, 신곡 발표의 장벽이 낮아졌다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반짝 이슈'와 유행에 휩쓸려 생명력 짧은 노래가 우후죽순 발표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가수들 스스로가 '타이틀곡'에 임하는 태도가 가벼워지고, 이 '가수' 타이틀마저 흔한 것이 되고 있기도 하다. 그룹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일회성 그룹명이 넘쳐난다.
일부에서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가수 A씨는 "몇백만원짜리 싱글 하나 냈다고 차트에 이름 올리고 무대에 서는 '가수'들을 보면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위험부담을 떠안고 큰 돈을 투자해서 진지하게 앨범을 발표해도 대중이 잘 몰라주기도 한다. 이벤트에 앨범이 밀리니, 바보가 된 느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가요제작자 B씨는 "제작자 입장에선 나쁠 것도 없다. 앨범에 수록하고 남은 곡이나, 앨범 콘셉트에 맞지 않아 뺐던 곡을 디지털 싱글로 낼 수 있어 오히려 좋다. 하다못해 검증안된 신인들도 싱글부터 내서 반응을 살펴볼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한가"라고 평했다.
이같은 상황은 꿋꿋하게 정규앨범을 내는 가수들을 '자극'하기도 한다. 최근 8집 앨범 '디세니엄(Decennium)'을 발표한 플라이투더스카이의 환희는 "이번 앨범으로 '가수들이 내는 음반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음반 불황에 디지털 싱글 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전망. 가요관계자들은 "프로젝트도 좋지만 보다 장기적인 안목도 필요한 것 같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혜린 기자 rin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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