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 경제성장의 핏줄] 금강을 가보니
江하류는 생활하수 넘쳐 수질오염 심각
자연이 살아 숨쉬는 하천복원 서두를 때
금강의 모습.
금강은 한강, 낙동강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긴 강이다.
전북 장수군 신무산의 ‘뜬봉샘’에서 발원한 금강은 진안군에서 구량천과 진안천을 만나 강줄기를 제법 넓힌 뒤 북쪽인 무주와 영동으로 흐른다.
이어 충남 금산과 충북 옥천 등을 거치며 다시 초강천, 송천천, 보청천 등의 지류와 합쳐져 더욱 ‘강’ 다운 모습을 갖춘 뒤 대전에서 갑천과 만난다.
그리고 안착하는 충남 연기군.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들어설 곳이다. 이곳에서부터 ‘금강 살리기 사업’이 시작된다.
◇미호천, 세계적 명품도시 워터프론트로=충남 연기군 남면과 동면, 금남면의 경계에 섰다. 금강 상류와 미호천이 만나는 곳이다. 서울을 흐르는 한강이 중랑천과 만나는 것 같은 합강(合江) 지역이다.
충남 연기군 미호천 일대. 물이 말라 허연 모래들이 들어나 있다.
합강지는 주로 경작지로 활용 된다. 미호천변에도 농지와 수풀이 무성하게 늘어서 있다. 하지만 하류 쪽엔 물이 부족해 천 바닥의 허연 모래가 을씨년스럽게 드러나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이곳에 친환경습지를 만들기로 했다. 수질을 좋게 할 수 있는 친환경 ‘생태정화조’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물이 부족한 하류엔 보를 설치, 수량을 확보한다. 수질악화와 야생서식지역의 수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물 흐름이 정상화되면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다.
계획대로 미호천이 정비되면 ‘행복도시’의 시민들은 금강을 따라 보트와 수상택시 등을 타고 강의 운치를 즐길 수 있게 된다.
미호천 정비 후의 모습. 생태습지가 잘 조성된 물길이 새로 생긴다.
◇생명의 보고, 금강=망원렌즈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보였다. 긴 다리를 늘어뜨린 채 유유히 강가에 내려앉는 두루미에 렌즈를 맞추며 연신 셔터를 누른다.
아마추어 사진작가 김상현씨(서울·42)는 “금강엔 사시사철 흔히 보기 드문 야생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 곳”이라고 말했다.
충남 연기군 합강리 금강유역은 ‘야생동식물보호구역’이다. 매년 흰뺨검둥오리, 백로, 해오라기, 황로, 청둥오리, 기러기, 두루미 등 다양한 철새들이 찾는 대규모 철새도래지다.
그래서 환경단체들은 “이 일대는 자연형 하천이 잘 보전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내륙 철새도래지”라며 “생태학적 보전가치가 매우 높은 이곳을 무분별하게 개발하면 안된다”라고 금강 정비사업을 반대한다.
하지만 물줄기를 따라 충남 공주 지역으로 내려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200여m에 달하는 강폭의 절반엔 모래가 허옇게 드러나 있고 물이 흐르는 곳의 수심도 대부분 50cm에 불과했다. 하천기능이 극도로 약해진 것이다.
1980년대에 대청댐이 생기면서 강물이 크게 줄어 든 데다가 가뭄까지 겹쳐 사정이 더 안 좋아 졌다. 강물이 말라 있으면 적은 양의 오염물질이 유입돼도 치명적일 수가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금강에 매일 쏟아져 나오는 폐수량이 260㎥(2007년 5월 기준)에 달한다.
‘생태가 살아있는 물길’을 빨리 만들어야 할 숙제가 남겨지는 이유다.
금강 정비 후의 모습. 수심 깊어지고 유속이 정상으로 복원돼 주변 생태가 살아난다.
◇“부여의 옛 명성 되찾지 않겠슈!”=남서쪽으로 방향을 바꾼 금강을 따라 공주를 지나 충남 부여로 갔다.
구드래나루터. 백제시대부터 내륙과 바다를 오가는 중간기착지로 번성했던 곳이다.
금강은 상류를 지나 부여로 흘러들면 ‘백마강’이란 새 이름을 얻는다.
마침 황포돛배 1척이 유유히 강을 가로 지른다. 우리나라의 전통목선을 재현한 관광용 배로 지난해 9월부터 고란사와 수북정 구간 3.5km를 운행 중이다.
그렇지만 물줄기가 많이 말라 수심이 채 1m가 안 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유람선이 다닐 수 있는 길이 극히 제한적이란 얘기다.
40여년 전만해도 연기~공주~부여~강경~군산 앞바다로 이어지는 뱃길 곳곳엔 나루가 있었다. 하지만 나루터도 뱃길과 함께 옛 이야기 거리로 사라졌다.
부여는 1970년대엔 경주와 함께 최고의 관광지로 꼽혔다. 그러나 이젠 수량이 줄어 답답해 진 백마강과 함께 그저 그런 지방의 중소도시로 전락했다.
이곳에도 오염의 우려는 크다.
부여대교 부근의 금강 둔치엔 물과 고작 1m도 안 되는 거리에 비닐하우스들이 늘어서 있다. 농민들이 수박 등을 기르는 곳인데, 여기서 쓰이는 농약과 비료가 고스란히 강물로 스며들 우려가 매우 크다.
그래서 더욱 부여주민들은 4대 강 정비사업을 ‘옛 명성을 되찾아 줄 선물’로 반기고 있다.
구드래나루터에 산책 나온 김호영 할아버지(67)는 “강이 개발되면 지저분하고 구불구불한 강 둔치가 깨끗해지는 데다가 황포돛배도 더 멀리까지 드나들 수 있다”면서 “부여가 다시 예전의 명성을 찾게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금강정비사업이 가져올 ‘홍수예방효과’도 이곳 주민들의 가장 바라는 것 중 하나다.
금강은 하천을 흐르는 최소 유량과 최대 유량의 비를 나타내는 하상계수가 1대 300에 이른다. 라인강은 1대 18이고 양쯔강은 1대 22이다. 하상계수가 높을수록 하천 수위 편차가 심해 걸핏하면 물난리가 나거나 바닥을 드러낸다.
부여에 사는 사람들은 해마다 장마철이면 강 둔치의 낮은 지대 농경지가 물에 잠길까봐 노심초사해왔다.
이재진 부여군청 건설방재과장은 “금강 수위가 올라 경작지에 물이 차면 강제로 배수해야 한다. 아마 전국에서 농경지 배수펌프장이 가장 많은 곳이 부여일 것”이라며 “강물이 제방을 넘어 대홍수가 일어날 가능성도 커 빨리 제방을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강은 천리물길이 생긴 이래 최대의 역사로 기록될 ‘금강 살리기’ 사업과 함께 새 역사를 만나게 된다.
역사와 문화, 관광, 산업이 공존하는 현장으로서 21세기 새 번영의 원류로 거듭 태어날 금강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노형일 기자 gogonh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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