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일부 ‘화학’으로 국가 미래 밝힌다!

32년 전통 국내 유일 공공 화학전문연구기관
에이즈치료 후보물질 등 ‘대박 성과’ 줄이어

‘신 성장동력의 산실 대덕밸리를 가다’ (16)한국화학연구원

대덕특구에 자리잡은 한국화학연구원의 전경

‘화학’만큼 우리들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분야도 없다. 농업, 전자, 생물, 의약, 환경, 컴퓨터 과학, 공학, 물리, 금속학, 광물학 등 걸리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주택건축, 가재도구, 의생활, 교통수단, 식량공급, 국방, 환경개선, 생활의 질 등 우리들 삶을 지켜주는 기본요소들도 따지고 보면 화학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화학은 삶의 일부며 곧 일상이다. 건강하고 풍요로운 인류의 푸른 미래를 만들어 가는 길의 열쇠다. 화학은 특성을 잘 알고 있는 뭔가를 이용, 또 다른 뭔가를 만드는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기존의 물질들을 흔들고, 굽고, 태우고, 끓여 새 물질을 찾아내거나 창조한다. 그래서 화학기술은 첨단융합분야의 바탕기술로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과 통한다. 우리나라 화학연구의 성장은 1976년 국내 화학기술 분야의 연구개발과 성과보급을 목적으로 세워진 한국화학연구원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국내 유일 공공화학전문 연구기관=화학을 비롯해 관련 융·복합분야의 원천기술개발, 공공인프라지원 및 성과확산을 위해 문을 연 화학연구원엔 11개의 연구동과 행정동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곳에선 254명이 연구인력과 60명의 지원인력이 일하며 우리나라 유일한 공공 화학 전문연구기관으로서의 기능과 책무를 다 하고 있다. 화학연의 중점연구사업은 ▲녹색성장 화학기술 개발 ▲첨단화학소재 원천기술 개발 ▲글로벌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화학기반 융?복합기술 선도 등이다. 이에 따라 연구조직도 그린화학연구단, 화학소재연구단, 신물질연구단의 3개 연구단과 13개 연구센터로 전문화해 운영한다. 화학연은 닻을 올린 뒤 32년여 첨단 화학기술 연구개발과 성과확산을 통해 국내 화학산업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지금은 성과중심 경영, 윤리경영을 바탕으로 환경친화적이고 인류건강에 기여하는 세계 일류수준의 화학전문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에이즈치료 후보물질 등 대박 성과 줄이어=세탁세제 옥시크린 등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대박상품들은 화학연의 품을 거쳐 태어난 것들이다. 최근엔 미국의 대형 제약사인 길리아드사(Gilead Sciences Inc.)에 ‘에이즈치료제 후보물질’을 기술 이전하는 큰 성과를 냈다. 화학연은 이 기술이전을 통해 길리아드로사로부터 정액기술료 85억원을 받았고, 앞으로 15년간 해마다 300억원씩의 경상기술료를 받게 된다. 말 그대로 ‘대박’을 낸 것이다. 이 후보물질은 독성과 부작용이 적고 하루 한번만 먹으면 되는 등 약효와 편리성이 뛰어난 신약물질로 임상실험을 거쳐 약 4년 뒤엔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SK(주)에 기술이전된 ‘중질나프타 접촉분해기술’도 눈길을 끄는 화학연의 연구성과다. 이 기술은 저급 중질나프타에서 경질 올레핀을 만드는 에너지절약형기술로 상업화되면 기존의 열 공정보다 20%의 에너지를 줄이고 한해 130만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

태양전지용 다결정 실리콘 잉곳과 웨이퍼

태양전지의 핵심기초소재인 ‘450kg급 대형 다결정실리콘 잉곳(Ingot)’을 개발한 것도 큰 업적 중 하나다. 세계 태양전지산업계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태양전지용 실리콘웨이퍼 크기를 대형화하는 추세로 450kg급 잉곳 개발은 태양전지산업에서 우리나라 경쟁력을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된다. ◇대덕특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구원=대덕특구 내 연구원들의 조경은 대부분 ‘연구동+잔디+몇몇 그루의 나무’가 전부일 정도로 삭막한 분위기다. 하지만 한국화학연구원은 다르다. 잘 가꿔진 공원을 떠올리게 할 만큼 훌륭한 조경을 자랑한다.

화학연구원 내의 작은 길

정문에서 쭉 뻗은 진입로에선 은행나무와 야생화가 방문자를 반긴다. 대운동장과 축구장엔 잘 가꿔진 잔디가 기다린다. 오리들이 노니는 연못에선 분수가 시원하게 물을 뿜는다. 200여 종의 나무와 150여 종의 야생화 등 사계절 꽃이 피고 있어 여느 식물원 못잖다는 평이다. 화학연의 아름다운 조경 뒤엔 열과 성을 다해 이를 가꿔온 숨은 일꾼들이 있다. 1978년 연구원에 발을 들인 이만달 전 시설과장(71)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1998년 퇴직 뒤 지금까지 연구원 정원사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이 과장은 “화학에 대한 이미지가 대체로 부정적이지만 우리 연구원을 찾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조경을 만나 화학에 대한 고정이미지를 바꿀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화학? 언제든 물어봐”=화학연구원은 화학에 대한 관심과 인식을 높이기 위해 ‘열린 연구원’을 지향한다. 연구원홈페이지를 통해 견학을 신청하면 연구원 소개, 홍보영상물 관람, 연구 성과 전시물 관람, 연구실 견학, 연구원과의 대화 시간 등을 가질 수 있다. 홍보관을 만들어 일반인들이 화학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돕는 것은 물론 이뤄온 화학연구 성과들도 알린다. 화학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일반인들에게 화학체험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오헌승 한국화학연구원장은 “우리 연구원은 해마다 3∼4개의 전략과제를 선정, 집중 투자해 2011년까지 세계 일등 화학원천기술 7건을 창출하는 등 세계 일류 화학전문 연구기관으로 거듭나겠다”면서 “핵심 미래 성장동력인 화학에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노형일 기자 gogonhi@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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