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中企 희망찾기>①활로 막혔다
광주·전남지역 중소기업들이 고유가·고원자재·고금리 등 3중고에 시름시름 앓고 있다. 생산원가와 인건비는 올라가는데 대기업들은 납품단가 현실화 요구에 묵묵부답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기업 위주 산업정책은 중소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덩달아 대출금리마저 오르면서 이자부담은 갈수록 커져만 가고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중기에 대한 대출요건과 기간연장을 대폭 강화하는 등 돈줄을 죄고 있다. 여기에 취업난이 심각하다고들 하는데도 지역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일손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공장 생산라인을 가동할수록 매출과 영업이익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빚만 늘어가는 꼴이다.
이에 본지는 지방 중소기업의 경영 현실을 진단하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1970년대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소외됐던 광주·전남지역은 열악한 산업기반시설 등으로 대기업들로부터 외면받아 왔다.
그 결과 현재 광주·전남지역 전체 사업체의 99%가 중소기업이며 이 가운데 대부분이 대기업 협력 및 하청업체들로 주로 부품 등을 생산하는 소기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25일 광주시와 전남도 통계연보에 따르면 2006년말 기준 광주시 사업체수는 9만5656개이며 종사자수는 43만9438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300인 이상 대기업은 55개, 종사자수는 4만6293명에 불과하다.
사업체수로 따지면 0.05%가 대기업, 99.95%가 소상공인·소기업·중기업 등 중소기업에 해당하며 전체 종사자의 89.5%가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다.
전남도 역시 전체 사업체 12만4574곳(종사자 50만8358명) 가운데 300인 이상 대기업은 0.05%인 62곳(종사자 4만5168명) 뿐이며 종사자 중 91.1%가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다.
◆원자재·생산원가 급등 = 올 초부터 시작된 고유가와 원자재값 상승에 중소기업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원자재가격이 상승하면서 생산원가 또한 오르는데 반해 대기업의 납품단가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물가까지 급등하면서 인건비는 상승하고 내수부진으로 주문량마저 급감하는 실정이다.
특히 '원자재가 인상분의 납품단가 미반영'은 대부분 중소기업이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손꼽힌다.
중소기업중앙회 광주·전남본부가 공공기관 납품실적이 있는 179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원자재 상승과 중소기업 채산성 실태'를 조사한 결과 80.0%가 현재의 경영상태가 '어렵다'고 답했으며 3.9%는 '부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답했다.
경영상태 곤란의 이유로는 절반에 가까운 44.2%가 '원자재가 인상분의 납품단가 미반영'이라고 답했다.
◆은행 대출 까다로워 = 외환위기(IMF)때 보다 최근의 상황이 더 견디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과 고유가 등의 해외발 경제파동은 국내에서 고환율과 원자재가 인상, 물가인상, 내수부진 순으로 연결되면서 좀처럼 그 수렁의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 광주전남지역본부가 지난 6월 광주ㆍ전남지역 212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자금조달 애로실태'를 조사한 결과 57.5%가 '곤란하다'고 답했고 17.9%는 '매우 곤란하다'고 응답했다.
여기에 경기 악화로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증가하자 시중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영세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으며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자갚기도 빠듯한 실정이다.
◆취업난 속 인력난 = 취업난 속에서 광주·전남지역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인력을 구하지 못해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다.
광주지방노동청 산하 광주종합고용지원센터가 광주ㆍ전남지역 상용 노동자 5명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상반기 인력수요동향'을 조사한 결과 광주와 전남의 인력부족률은 각각 1.7%와 1.6%로 나타났다.
특히 300명 이상의 사업체가 광주 0.1%, 전남 0.3%인 반면 300명 미만 사업체는 광주 2.1%와 전남 1.9%로 중소기업일수록 인력부족이 심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광주시 북구 대촌동 첨단산업단지에서 광부품, 광통신 소자 생산업체인 모 업체는 총 65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지만 젊은 사람은 찾아보기가 힘들고 대부분 40대의 가정주부들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단순 조립업무인데도 인력 구하기가 힘들다"며 "젊은 친구들이 와서 일을 하면 효율도 올라갈텐데 도대체 그런 친구들은 어디로 갔는지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광남일보 은용주 기자 yong@asia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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