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인줄 알고” 특수재료 사용한 설치미술에 관람객 ‘추락’
기사입력 2018.08.27 11:35최종수정 2018.08.27 11:35 디지털뉴스부 김희윤 기자
포르투갈 세할베스 미술관에 설치된 아니시 카푸어의 1992년작 'Descent in Limbo'. 사진 = euronews 영상 캡쳐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미술관에서 전시 관람 중이던 60대 남성이 작품에 빠져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 ABC 방송은 현지 언론을 인용해 최근 포르투갈 포르투에 위치한 세할베스 미술관에서 전시 공간 중앙에 설치된 구멍이 있는 작품을 감상 중인 60대 이탈리아 남성이 여기에 발을 디디다 추락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 태생 영국 조각가인 아니시 카푸어의 1992년 작 ‘Descent in Limbo (림보로의 하강)’은 좁은 정육면체 공간 내부 바닥에 2.5m 깊이의 구멍을 뚫고 그 속을 검게 칠해 깊이를 알 수 없게 만든 작품으로, 보는 각도와 위치에 따라 깊은 구멍 같기도, 또 바닥에 칠한 검은색 원으로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사고를 당한 관람객은 해당 작품이 바닥에 칠해진 원인 줄 알고 발을 내딛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아니시 카푸어가 작품에 사용한 도료는 세상에서 가장 검은색으로 이른바 ‘블랙홀의 색’으로 불리는 반타블랙으로 전 세계에서 이를 예술적 목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독점하고 있다.

2014년 영국 기업 ‘서리 나노시스템즈’가 군사용 목적으로 개발한 반타블랙은 빛을 99.96% 흡수하는데, 가시광선 및 적외선 영역까지 흡수해 이를 도포한 표면은 마치 검은 구멍 또는 검은색을 칠한 평면으로 보이게 된다.

병원으로 이송된 관람객은 허리를 다쳤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현지 경찰은 밝혔다.

사고가 발생한 미술관에선 ‘아니시 카푸어: 작품, 사상, 실험’이란 주제로 그가 40년간 발표한 56개의 프로젝트를 선보이던 중이었다. 아니시 카푸어는 시·지각적 착시 현상을 보이는 조형성을 특징으로 한 작품세계를 선보여왔는데, 사고 소식을 접한 그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하겠나. 유감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세할베스 미술관 측은 해명자료를 통해 사고 당시 현장에는 직원이 있었고, 가까이 가지 말라는 주의 안내문도 있었던 만큼 관객 부주의로 인한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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