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현장]'무죄' 김정주 NXC 대표는 왜 사회환원을 약속했을까
기사입력 2018.06.03 12:09최종수정 2018.08.02 10:50 IT부 손선희 기자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그 동안의 일로 심려를 끼쳐드렸습니다.'

김정주 NXC 대표가 최근 '넥슨 공짜 주식' 사건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지난달 29일 공식적으로 내놓은 입장문의 첫 문구다. 그는 과거 잘 나가던 검사 친구에게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공짜로 주고 129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얻도록 한 뇌물 혐의로 재판에 부쳐졌으나 최근 2년여 만에 무죄를 확정지었다. 129억원은 그의 친구였던 진경준 전 검사장의 주머니에 그대로 들어갔다.

심려(心慮). 마음에서 우러난 걱정을 의미한다. 과연 이 사건을 지켜보며 심려한 사람은 누구일까.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대법원의 파기환송을 거쳐 마침내 최종 무죄가 확정되기까지, 재판이 드라마틱한 변곡점을 탈 때마다 누구보다 심려한 사람은 다름아닌 김 대표 자신일 것이다. 또는 창업자의 친구란 이유 만으로 고위직 검사가 '아무 대가 없이' 공짜로 회사의 비상장 주식을 챙겨 어마어마한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사실을 알고 허탈했을 넥슨 직원들이다.

김 대표는 대중을 향해 심려를 '끼쳐드렸다'고 했지만, 정작 심려는 김 대표와 그 주변의 몫이었을 뿐 대중의 것은 아니었다. 대중은 성공한 1세대 벤처 기업가가 뒤로는 공직자의 재산을 불려주고 여행 경비나 대주고 있었다는 사실에 심려가 아니라 '분노'했다.

어쨌건 그는 무죄다. 죄가 없으므로 사죄할 이유도 없다. 실제로 그의 입장문에는 '죄송하다'거나 '사과드린다'는 표현은 전혀 들어있지 않다. 1000억원대 사회환원과 넥슨의 경영권을 자녀에게 승계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본인이 하고자 했던 바를 밝혔을 뿐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이번 입장문을 자연스럽게 김 대표의 '반성문'으로 해석했다. 김 대표 역시 '사회에 진 빚을 조금이나마 되갚는 삶을 살아가겠다'며 반성의 뉘앙스를 풍기긴 했다.

국내 게임업계에서 넥슨이 갖는 입지는 남다르다. 그의 표현처럼 작은 인원으로 창업한 회사가 현재는 5000여명의 직원이 일하는 자산가치 5조원대 대기업이 됐다. 살아남는 것이 목표인 벤처기업을 넘어 이제는 국내 게임업계를 이끄는 기업으로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저명한 미디어 학자로 알려진 김성철 고려대 교수(한국정보사회학회장)는 "국내 게임사의 가장 큰 과제는 지속가능성으로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 지속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게임이 사회적 가치는 도외시하고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적 동기로만 움직이는 공간이 된다면 발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그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좀처럼 바뀌지 않는 현실을 언급하며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게임사들이)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전향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계기야 어찌 됐든 김 대표의 사회공헌 약속은 반길만한 일이다. 김 대표는 그의 공언과 넥슨의 변화를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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