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 50주년 尹 대통령 카타르 국빈 방문
카타르, 에너지 의존도 탈피, 협력 분야 확대 기대
'중동=건설' 재편 이뤄질까… 소통 채널 다각화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에서 총 156억달러(한화 21조원) 규모의 '오일머니'를 챙긴 윤석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카타르로 이동해 LNG(액화천연가스) 공급망 공략에 시동을 건다. 특히 카타르 내 랜드마크인 카타르 국립박물관, 루사일 고속도로, 도하 메트로 등 주요 랜드마크 사업 수주를 기반으로 한 인프라 사업 추가 협력에도 나설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카타르 도하에 도착, 중동 국빈 순방 일정에 다시 돌입했다. 카타르는 우리의 제2위 LNG 공급 국가로 내년에 수교 50주년을 맞는다.
대통령실은 한국과 카타르 간 경제 협력 잠재성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에게 있어 카타르는 호주에 이어 제2위 LNG 수입국이자 제8위 원유 수입국, 제8위 해외건설 수주시장인 만큼 에너지와 인프라 분야에서 핵심 협력국인 상황이다. 최상목 경제수석 역시 "카타르는 세계 최대 LNG 수출국 중 하나"라며 "사우디와 함께 세계 에너지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평가했다.
카타르는 사우디와 마찬가지로 높은 에너지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해 2008년 '카타르 국가비전 2030'을 발표하고 경제구조 다각화를 서두르고 있다. '카타르 국가비전 2030'에는 ▲지식기반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의 민간 주도 성장 ▲식량안보 구축과 수자원·청정에너지원 확보 ▲보건의료와 교육 시스템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조선업계와 건설업계의 추가 협력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 수석은 "지난해에 우리 조선업계가 카타르와 총 54척의 LNG 운반선 건조 계약을 체결하고, 우리 해운업계가 최초의 장기 LNG 운송계약을 체결하면서 LNG 공급망 전반으로 협력관계가 확장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경제 협력을 위한 기반은 이미 갖춰놓은 상태다. 경제·기술무역협력협정이 1984년에 맺어졌고 1999년에는 투자보장협정, 2005년 항공협정에 이어 2007년에는 이중과세방지협정까지 체결했다. 2009년 글로벌 경기 침체로 교역 규모가 크게 줄었지만 2011년 이후 건설 붐에 힘입어 우리의 수출 증대와 LNG·원유 등 에너지 수입 증가로 양국 교역량은 2014년 266억달러(한화 35조8000억원)를 찍었다.
현지에서 기업들의 활동도 활발하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등 인프라·에너지 분야는 물론 STX엔진, HSD엔진 등 LNG선 엔진유지보수 관련 총 17개 업체가 진출해 활동 중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LNG와 공급망 등 기존 주력 협력 분야를 벗어난 새 파트너십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전날 카타르 국영 통신사(Qatar News Agency)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에너지, 건설 등을 중심으로 이뤄져 온 협력 분야를 투자, 방산, 농업, 문화, 인적교류 등으로 확대하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양국 간의 전략적 소통 채널을 다각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세부적으로는 ▲투자 ▲방산 ▲농업 ▲문화 ▲인적교류 등이 꼽힌다. 양국 국민들이 보다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협력 분야로 이번 카타르 방문길에는 디지털, 바이오, 스마트팜, 문화콘텐츠 등 다양한 신산업을 포괄하는 60여개의 한국 기업들이 경제사절단에 포함됐다.
이를 통해 사우디에 이어 카타르에서도 '중동=건설'이라는 경제 협력 체계를 재편하겠다는 복안도 담겼다. 앞서 사우디에서 양국 기업·기관이 투자포럼을 통해 맺은 총 46건의 계약 및 MOU도 ▲에너지·전력 분야 7건(계약 2건·MOU 5건) ▲인프라·플랜트 8건(계약 1건·MOU 7건) ▲첨단산업·제조업(전기차 등) 19건(계약 2건·MOU 17건) ▲신산업 10건(계약 1건·MOU 9건) ▲ 금융 협력 등으로 다양하다.
윤 대통령이 카타르 방문을 앞두고 예고한 '양국 간의 전략적 소통 채널 다각화'의 이행 방안도 주목할 대목이다. 사우디와의 관계의 경우, 한국 정부는 사우디의 '비전 2030'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지지 및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파트너십의 상호 호혜적 성격을 확인했다. 이를 기반으로 정상급 '전략 파트너십 위원회'의 목적과 업무 범위 등도 체계적으로 규정했다. 전략적 협력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구체적인 성과는 국빈 방문 이튿날인 25일 집중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윤 대통령은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 카타르 국왕과의 정상회담을 하고 국빈 오찬을 함께한다. 이어 양국 기업인 300명이 참석하는 한·카타르 비즈니스 포럼을 통해 관계자를 격려할 예정이다. 카타르 마지막 일정으로 중동 지역 교육 허브를 자처하는 카타르 교육도시 '에듀케이션 시티'를 방문해 카타르 청년 리더들과 대화에 나선다.
도하=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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