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美 식당·카페, 임금 인상 압박 소비자에게 전가"
미국 식당과 카페들이 키오스크를 이용해 셀프 주문·결제하는 소비자들에까지 20%에 달하는 팁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점주들이 고물가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한편 팁을 이용해 물가 상승에 따른 임금 인상 압박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국의 공항, 경기장, 쿠키 가게, 카페에 있는 셀프 계산대에서 팁을 20% 남겨두라는 메시지가 범람해 소비자들을 괴롭히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 결제 시스템 업체인 스퀘어에 따르면 맥도날드와 같은 '퀵 서비스' 레스토랑의 경우 지난해 4분기 팁 거래가 1년 전보다 16% 늘었다. 직원이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풀 서비스' 레스토랑의 팁 거래 증가율(17%)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면 서비스 비중이 적거나 아예 없는 식당들까지 직원들이 서빙을 하는 식당처럼 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팁을 챙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가렛 베밀러(26) 씨는 최근 뉴저지주의 뉴왁 리버티 공항에 있는 미국 식품 유통업체인 OTG 선물 가게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셀프 결제하던 중 팁을 요구받는 경험을 했다. 6달러짜리 물 한병을 꺼낸 뒤 키오스크로 결제를 하는 중 화면에서 10~20%의 팁을 주겠느냐는 문구를 마주한 것이다. 그는 팁을 주길 거부했다며 "그 문구는 감정적인 갈취였다"고 비판했다. 워런 윌리엄슨(35) 씨도 최근 텍사스주 휴스턴 부시 인터컨티넨탈 공항에 있는 OTG 선물 가게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쿠키 가게에서 5달러짜리 쿠키 한 개를 살 때조차도 팁을 주겠느냐는 질문을 받기 일쑤라고 매체는 전했다. 대학생인 그레이시 셰퍼드(20) 씨는 루이지애나주에 있는 유명 과자 체인인 크럼블 쿠키스에서 키오스크를 통해 셀프 결제를 하면서 팁을 요구하는 문구를 마주했다. 그는 팁을 주기로 결정했지만 그가 직원으로부터 들은 유일한 말은 옆쪽에 가서 기다리라는 것 뿐이었다.
소비자들은 점주들이 팁을 강요함으로써 물가 상승으로 인한 임금 인상 압박을 고객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한다. 워싱턴 D.C. 에 있는 아메라칸대에 재학 중인 이시타 자마르 씨는 "그들은 셀프 계산기를 통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있다"면서 "팁을 요구하는 이유가 뭔지, 팁이 어디로 가는 건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식품노동연구센터장인 사루 자야라만은 "일부 고용주들이 임금을 인상하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팁 인상을 이용하고 있다"며 "식당 직원들의 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 기준 5.0%로 정점을 찍었던 작년 6월(9.1%)보다는 내려왔다. 하지만 여전히 연방준비제도(Fed)의 목표치(2%)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가뜩이나 높은 물가에다, 셀프 결제 시에도 팁을 줘야 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은 더욱 얇아지고 있다.
WSJ는 "물가 상승에 곤두 선 소비자들이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할 때 지급하는 팁이 어디로 가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점주들은 자동화를 통해 팁이 늘어나고 직원 임금을 올려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소비자들은 팁이 정확히 무엇을 위한 것이지 점점 더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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