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에 찾아온 후속편에 중국인들 환호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최근 중국에서 영화 '아바타:물의 길(아바타2)'의 인기가 뜨겁다. 빠르게 확산 중인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칩거하던 중국인들은 전작 개봉 후 13년 만에 찾아온 후속편을 직접 보기 위해 외출을 감행 중이다. 개봉 직후 지방의 일부 영화관은 확진자들만 따로 모아 상영하는 '양성(陽性)관'을 열었을 정도라고 하니, 이 영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16일 개봉한 아바타2는 중국 본토에서 상영 일주일 만에 5억위안(약 917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고, 주간 박스오피스 점유율은 90%에 달했다. 이전까지 코로나19 여파로 일일 매출이 100위안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장이 속출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현지 티켓팅 플랫폼 마오옌은 아바타2의 수익이 10억위안에 달해 중국 10대 박스오피스 영화로 기록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의 '아바타' 검색량은 70만6571건으로 중국 전체 개봉작 가운데 압도적 1위를 기록 중인데, 이는 중국 애국주의 영화인 1위 만리귀도(萬里歸途, 30만3138건)의 검색량을 2배 이상 웃도는 숫자다.
중국 국경절(10월 1일)에 맞춰 개봉한 만리귀도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질 때가 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할리우드 영화를 향한 이 정도의 환영은 꽤 오랜만의 일이다. 앞서 중국에서는 올해 최고의 흥행작 중 하나인 '탑건: 매버릭'이 대만기가 등장했다는 이유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자유의 여신상 노출 문제로 개봉이 무산된 전례가 있다. 해당 장면들을 삭제 또는 수정하라는 중국의 요구를 각 제작사가 거부하면서다.
아바타 흥행의 배경 역시 이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영화의 세계관은 미국 히어로물 특유의 소위 '국뽕'과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편에서 제국주의 열강의 역사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다. 특히 판도라 행성을 '아메리카 신대륙'으로, 나비족을 '아메리카 인디언'으로 치환하면 그 메시지는 더욱 도드라진다. 패권 세력의 무자비한 지배와 착취, 군사력을 동원한 강제, 문명과 기술이라는 번듯한 허울을 비판하며 폐부를 찌른다. 이러한 시각은 중국이 미국을 바라보는 정치·외교적 시각과도 일치한다. 중국의 한 영화 관련 논객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바타의 흥행 배경은 3D 공상과학 기반의 화려한 영상과 함께 약자에 대한 연민, 정의의 승리와 인본주의라는 영화의 주제라고 적어 호응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관객들을 비롯한 중국 사회가 곱씹어봐야 하는 것이 있다. 미국과 함께 G2라는 글로벌 패권국의 발판을 밟고 있는 중국은 외부로부터 신제국주의 열강이라는 비판을 받은 지 오래다. 함께 성장하자는 구호로 시작된 일대일로(一帶一路)는 개발도상국에 제공한 차관을 빌미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착취'의 오명을 쓰고 있다. 세계적 흐름과 동떨어진 코로나19 방역 정책으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경제 불확실성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전작에서 직접 밝힌 아바타 세계관의 핵심은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는 한 문장이다. 중국은 자국의 영향력이 세계와 얼마나 촘촘히 연결돼 있는지 이미 잘 알고 있다. 이제는 역할과 책임을 영향력의 크기에 걸맞게 격상시켜야 할 때라는 점도 알길 바란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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