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한류 단어 최소 30개 등재 추진
"한글, 세계인의 문자체계 될 수도"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에 막내와 동생 같은 한국 단어 30개 이상이 내년에 등재될 전망이다.
9일 연합뉴스는 OED의 한국어 컨설턴트인 조지은 옥스퍼드대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보도했다. 조 교수는 옥스퍼드대 동양학 연구소와 하트퍼드 칼리지 소속으로 언어학과 번역학 등을 가르치는 인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조 교수는 내년 등재를 목표로 한류 단어 추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한류 단어를 매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기로 했고, 별도로 K컬처 단어사전 발간도 협의 중"이라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만 최소 30개 이상의 단어가 OED에 등재될 것으로 조 교수는 전망했다. 그는 "사용량만 보면 훨씬 더 많이 넣을 수 있지만, 영어 사용자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의미를 분석하는 작업에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막내, 동생과 같은 한국 드라마에 많이 등장하는 단어와 손하트 같은 이모티콘은 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에서 출간하는 OED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어사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사전은 알파벳이 아닌 그림문자도 등재하고 있으며, 2015년엔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얼굴(face with tears of joy)' 이모티콘이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바 있다.
앞서 지난해에는 한국 단어 26개가 OED에 새로 실렸다. 여기에는 김밥(kimbap)이나 불고기(bulgogi) 같은 한국 음식부터 한류(hallyu)나 먹방(mukbang) 등 대중문화와 관련된 여러 단어가 포함됐다. 한국어 호칭인 누나(noona)와 언니(unni), 오빠(oppa) 등도 들어갔다.
이같은 한국어 단어의 사전 등재는 전 세계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과 관련이 있다. 음악과 영화 등 각종 분야에서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영어 사용자들이 쓰는 한류 단어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한국 대중문화 관련 단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많이 유통되고 있다"며 "다른 언어권에서 왜 한국어만 정기 업데이트하느냐고 이의제기를 하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처럼 세계인들이 한류 단어를 많이 사용하다 보면 향후 한글이 세계인의 문자 체계로 쓰일 가능성도 있다고 조 교수는 내다봤다. 한글은 로마자 알파벳보다 더 많은 소리를 표현할 수 있고 배우기도 쉽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국의 호칭어가 널리 퍼지면 아예 영어가 바뀔 수도 있다고 조 교수는 말했다. 그는 "그간 영어권에선 다들 이름으로 부르기 때문에 오빠를 'brother'로 번역하기에 매끄럽지 않았지만, 지난해 오빠와 언니 같은 단어가 사전에 들어가면서 이제는 그냥 'oppa'라고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뜻이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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