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저소득 국가에 큰 충격을 주고 세계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을 것이다." 유엔(UN) 산하기구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에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Fed 3인자'로 불리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긴축 정책이 수요를 진정시키기 시작했다면서 "Fed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는 3일(현지시간) 공개한 국제경제전망 연례 보고서를 통해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급격한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경우 개발도상국에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Fed의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상될 경우 3년간 다른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은 0.5%, 개도국 GDP는 0.8%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올 들어 이어진 Fed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개도국의 GDP는 향후 3년간 3600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레베카 그린스판 UNCTAD 사무총장은 현재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이 "개발도상국과 같은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해치고 있고, 글로벌 경제를 경기침체로 몰아넣을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UNCTAD에 따르면 지난 7월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은 1970년대 초반 통계 집계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UNCTAD는 주요국들의 동시다발적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공급발 문제에 기인한 것인만큼 수요를 억제하는 금리인상으로는 결코 잡을 수 없고, 공급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에너지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일회성 '횡재세' 등을 도입해 주요 제품의 가격이 급격히 뛰지 못하도록 통제해야한다고 제언했다.
이러한 경고는 Fed가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이 한층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와 더욱 눈길을 끈다.
윌리엄스 총재는 같은 날 한 연설에서 Fed의 물가안정 책무가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요 둔화를 위한 Fed의 정책적 노력이 일부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 목표치 달성을 위해 더 오랜 기간 높은 금리를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Fed는 지난 3월 긴축 사이클에 돌입한 이후 총 5차례에 거쳐 기준금리를 총 3%포인트 끌어올렸다. 이와 함께 9월 회의에서는 올해 말 금리 중앙값을 4.4%, 내년 금리 중앙값을 4.6%로 상향하며 당분간 고강도 긴축이 지속될 것임도 재확인했다. 여기에 영국, 스위스, 노르웨이, 홍콩 등 주요국들도 일제히 금리 인상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인도중앙은행은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이제 세계 경제가 주요국 금리인상이라는 세번째 충격에 직면해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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