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비수기 맞은 전통시장
상인도 고객도 연신 손부채질
코로나에 폭염 겹쳐 울상
"여름 장사, 너무 힘들다"
"떨이요, 떨이. 자두 한 바구니 3000원에 가져가세요."
지난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아현시장. 남은 자두 가격을 한 바구니에 3000원까지 내린 청과물 가게 상인이 연신 '떨이'를 외쳤으나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의 시선은 이곳에 길게 머물지 않았다. 이들은 "너무 덥다"며 걸음을 재촉했다. 이날 서울의 낮 기온은 30도가 넘었다.
냉방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은 전통시장의 특성상 여름은 대표적인 '전통시장 비수기'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까지 겹쳐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고 이곳 상인들은 말한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간인 오후 3시께엔 다진마늘을 사러 온 고객 두 명을 제외하고는 시장에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상인들도 더위 때문에 가게 밖으로 나와서 호객행위를 하기 보다는 각자 가게 안 선풍기 앞에 있거나, 연신 손부채질을 하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었다.
꽈배기집을 운영하는 60대 김모씨는 "여름철이 비수기라고는 하지만 올해는 사람이 정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코로나19가 다시 심해지는 상황에서 폭염이 겹쳐 손님 발걸음이 더욱 줄었다"며 "원래는 밤 10시까지 장사했는데 요즘에는 7시면 닫는다"고 설명했다. 꽈배기를 사러 온 다른 손님도 "너무 덥다. 불 앞에 있는 사장님은 더 고생하시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시장 한켠에서 좌판을 운영하는 60대 강모씨도 "여름 장사는 정말 힘들다. 더워서 장사는 안 되고 야채는 더 빨리 시든다"고 푸념했다.
앞서 초복 대목을 앞둔 지난 15일 찾은 마포구 망원시장의 분위기는 이보다는 활기찼다. 시장 내엔 비바람을 막아주는 차양이 드리웠고, 천장에서 물을 분사해 후끈한 열기를 식혀주면서 삼계탕 재료 등을 사러 온 이들의 땀을 식혔다. 다만 시장까지 오가는 길, 시민들의 이마엔 이미 땀이 맺혔다. 내리쬐는 햇볕에 아스팔트 열기가 더해져 체감온도를 쭉쭉 올리고 있었다. 방문객들은 양산을 쓰고 연신 손부채질을 하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30대 권모씨는 "근처 볼일이 있어 온 김에 주말 먹거리를 사러 왔다"며 "손두부 맛집에서 두부도 사고, 군것질도 할 수 있는 전통시장 장보기를 즐겨하지만 한여름엔 엄두가 안난다. 이 앞은 교통체증도 심해 차는 가지고 오지 않고, 더울 땐 들르더라도 필요한 것만 후딱 사서 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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