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서비스 물가 상승률 4.2%, 21년 만에 최고치
전기·가스 요금도 올라...겨울철 앞두고 서민 부담 가중
배춧값 한숨 돌렸지만 농산물 가격 평년 대비 높아
[아시아경제 김정완 기자] 고공행진 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근 두 달 연속 둔화했으나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서민들의 '고물가 시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전기·가스 요금, 농산물 가격까지 모두 올라 겨울철 다가오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달 국내 물가의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1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9월 서비스 물가 지수는 106.53(2020년=100)으로 1년 새 4.2%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01년 10월(4.3%) 이후 21년 만에 최고치로, 2020년 0%대에 그치던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2.0%로 올라선 뒤 올해 7월부터 4.0%를 기록하면서 4%대까지 뛰었다.
품목별로는 개인 서비스 물가가 6.4% 상승해 1998년 4월(6.6%) 이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개인 서비스 중 외식물가는 9.0% 올라 1992년 7월(9.0%) 이후 30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식 품목 중에는 △햄버거 13.5% △갈비탕 12.9% △김밥 12.9% △자장면 12.2% △해장국 12.1% 등이 크게 올랐다.
여기에 전기, 가스 요금까지 급등한 탓에 서민들의 물가 걱정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이달부터 일반주택에서 사용하는 주택용 전기 요금은 kWh당 7.4원(6.8%) 올라 올해 전기 요금은 19.3원 올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도 3분기보다 2.7원(15.9%) 인상됐다. 4인 가구 기준 전기 요금은 월 2270원, 가스 요금은 5400원 올라 가구별 매달 7700원가량의 전기·가스 요금 부담이 늘게 됐다.
농산물 가격도 평년 대비 크게 높게 나타나고 있어 김장철을 앞둔 이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무 1개 소매가는 3934원으로 전년 대비 107.8% 높았고, 양파 1kg은 2641원으로 26.9% 높게 나타났다. 다만 준고랭지 가을배추 출하가 시작되면서 배추 가격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종구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배추 공급량은 앞으로 점차 확대돼 김장철에는 충분한 물량이 공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겨울철을 앞두고 물가 부담이 좀처럼 꺾이질 않아 서민들 사이에서는 버거운 겨울나기가 예상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수입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어찌 계속 오른다는 소식만 들리니 올겨울도 부담이 크다"며 "큰 지출 없이 알아서 조심히 버텨야 하는 게 최선인 상황 같다"고 푸념했다.
한편 정부는 이달 물가가 정점을 찍은 뒤 점차 안정화될 것이라는 '물가 10월 정점론'을 고수하면서도 내년 1분기까지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률이 유지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7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국내 물가 정점은 10월이 될 것이란 견해를 유지한다"면서도 "내년 1분기까지 5%대의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국내 물가는 개인 서비스 물가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크게 상회하는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5~6%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높은 수준의 환율이 추가적인 물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했다.
김정완 기자 kjw1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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