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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법썰] "대놓고 음란행위" vs "노상방뇨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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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법썰] "대놓고 음란행위" vs "노상방뇨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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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지난해 11월21일 새벽 2시. "꺅!", "뭐하시는거예요!"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에서 20대 초반의 A씨 등 여성 3명이 창밖의 남성을 보고 소리쳤다. 그 남성이 자신들을 바라보며 바지를 열고 음란행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성은 A씨 등이 112 신고를 하고 나서야 바지를 올려 입고 현장을 떠났다. "수치스러웠고 더러웠어요. 불쾌했고요." A씨는 출동한 경찰에 이렇게 진술했다.


이윽고 남성이 붙잡혔다. 평범한 35세의 직장인, B씨였다. 이후 그는 '공연음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음란행위가 아닌 '노상방뇨'를 주장한 피고인

B씨의 첫 재판은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유동균 판사의 심리로 열렸다. 그는 법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술을 마시고 길을 걷다 소변이 마려워 '노상방뇨'를 하게 된 것일 뿐, 음란행위를 하지 않았단 취지였다. 바지를 열어 특정 신체 부위를 손으로 흔든 이유도 "막상 소변이 나오지 않아 소변을 짜내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현행 경범죄 처벌법 제3조는 '길, 공원 등 여러 사람이 다니는 곳에 대소변을 보고 치우지 않는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달리 형법 제245조(공연음란)는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하면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약 2개월간 숙고한 끝에, 재판부는 B씨의 공연음란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법원 "담벼락이나 나무 아래도 아니고 굳이…"

재판부는 B씨의 '노상방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B씨가 건물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고 굳이 사건 장소에서 소변을 봐야만 할 시급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B씨가 "(노상방뇨를 하려 했지만) 실제로는 나오지 않아서 소변을 보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도 이 같은 판단의 근거가 됐다.


또한 B씨에게 '공연성'(불특정 또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대한 인식 및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건 장소 바로 근처에 담벼락이나 나무 아래 등 노출없이 소변을 볼 수 있는 공간도 충분히 있었다"며 "굳이 불특정 다수가 쉽게 볼 수 있는 곳에서 소변을 보려 했다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B씨는 불이 밝게 켜진 건물에서 자신이 충분히 보일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건전한 성풍속이라는 공공의 법익을 해하는 범행"이라며 B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도 함께였다. 무죄를 주장하던 B씨는 항소하지 않았고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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